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5일] 상생의 경제학

가끔 TV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초원에서 펼쳐지는 동물의 세계를 보게 된다. 초원은 겉보기에는 약육강식과 파괴가 지배하는 곳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약자와 강자의 상생이 숨쉬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 일방적인 약탈이 지속되면 결국 약탈자의 삶 또한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해 보이는 초원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그곳이 상생을 추구하는 생태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상생’이라는 개념이 주목 받고 있는 것 같다. 경쟁이 글로벌화되면서 개별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아무리 높아도 해당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낮으면 국제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곧 대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 간 협력,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상생이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유가 상승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사와 공동으로 원가절감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의 ‘나니와 중소기업단지 협동조합’은 상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모여 각자의 기술을 조합해 최고의 제품을 제조ㆍ판매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공생을 이루고 있다. 또 한 대형전자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하청업체의 D램을 평소보다 더 비싸게 구매한 사례도 있다. 일본 제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가 원래 윤리학 교수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흔히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원리는 힘 있는 자만이 지배하는 시장경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높은 수준의 도덕적 원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상생의 법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은행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중소기업 희망통장’이 얼마 전 2조원을 돌파했다. 중요한 것은 그중 1조원은 대기업이 거래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가입한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상생의 의식이 점점 자라나 기업하기 좋은 생태계가 돼가는 희망을 본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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