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ㆍ사진) 일본은행 새 총재가 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으로 일은 업무를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원자재값 폭등의 영향으로 흔들거리는 일본 경제에는 안정이 우선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향후 정부 및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한 중앙은행의 위상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관심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시라카와 총재는 이날 오후 일본 국회 중ㆍ참의원 양원의 임명동의를 무사히 통과했다. 앞서 두 명의 후보자를 낙마시키며 3주간의 총재공석 사태를 초래한 야당도 그동안 요구해온 ‘재정(정부 업무)과 금융(일은 업무)의 분리’라는 요건을 시라카와가 만족시킨다는 이유로 이번엔 찬성표를 던졌다. 시라카와 총재는 이날 오후 열린 일본은행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일본 경제가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기는 하지만 불안한 물가상황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하를 단행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1ㆍ4분기 단칸(短觀ㆍ단기경제관측조사) 대형제조업 업황 판단지수는 ‘11’로 집계되며 2003년 4ㆍ4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2월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경기전망이 나쁘긴 하지만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1.0% 상승, 지난 1998년 3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쉽게 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 시라카와 총재의 향후 전망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나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라카와는 경력의 대부분인 34년을 일본은행에서 보낸 ‘일은맨’이어서 일본은행 업무에 정통하긴 하지만 대신 주요 기관의 수장을 지낸 적이 없어 리더십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약점도 있다. 결과적으로 난산 끝에 ‘중앙은행의 독립’이라는 옥동자가 나왔다는 해석이다. 자유민주당의 일당 독주를 가능케 한 55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모든 정당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일본은행 총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의 중앙은행은 미국이나 유럽국가에 비해 정부의 영향력이 강했다. 58세로 50년만에 최연소인 나이도 강점이 될 수 있다. 전임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보다 14살이 어리다.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여야는 시라카와 총재를 함께 지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상황으로 조기 금리인하가 전망되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경력으로 보면 시라카와 총재는 ‘매파’ 성향이다. 앞서 후쿠이 총재시절 정부 정책을 쫓아 금리인하 등 양적완화 조치를 확대한 총재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이 30명의 애널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76%인 23명이 올 한해 금리동결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