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크린쿼터 절반으로 축소, 우려와 자신감 엇갈려

영화계등 "자생력 무너질라" 우려 속<br>일부선 "경쟁력 더 커진다" 자신감도<br>

26일 서울 남산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영화인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고영권기자

26일 서울 남산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영화인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고영권기자

26일 서울 남산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영화인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고영권기자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축소로 무너질까.’ 26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 발표가 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지만, 기실 이번 축소방침이 갑자기 불어닥친 ‘환란’은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스크린쿼터를 둘러싸고 벌여온 끊임없는 축소 논란 자체가 이미 쿼터 축소라는 언젠간 닥칠 ‘예상된 상황’을 대비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쿼터축소 반대론자들은 “반문화적 쿠데타”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애써 가꿔온 우리 영화의 토양을 해칠 것에 우려 하지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지금의 전성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쿼터 축소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영화계에 진출하면서 산업적 토대가 탄탄해졌고, 과거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제작사, 매니지먼트사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와 수준이 높아졌다. ◇한국영화, 튼튼해졌다=관객들은 재미 있는 영화를 보면 그 뿐이지만, 영화의 극장 상영 여부는 결코 작품의 수준이 가늠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건 다름아닌 탄탄한 배급망. 그간 영화계가 쿼터 축소 반대를 두고 내세운 논리도 여기에 기반한다. 할리우드 직배사가 흥행 대작을 안 주겠다고 협박하면 극장은 관객이 잘 드는 영화를 내리고 신통치 않은 외화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CJ, 쇼박스, 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영화 배급ㆍ투자시장에 진출하면서 할리우드 직배사들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화를 배급한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공급한 영화는 11편. 국내 영화배급사의 양강인 CJ엔터테인먼트(41편), 쇼박스(25편)과 비교하면 거대 직배사라는 말이 무색하다. 국내 극장업의 판도도 급변했다. 98년 CJ가 서울 강변역에 최초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극장의 절반 이상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소유하게 됐고, 이들 모두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연중 20편 내외의 한국영화 라인업을 갖춘 탄탄한 배급망을 갖고 있다. CGV가 CJ 배급영화 ‘태풍’을 위해 외화에 스크린을 안 주는 경우는 있어도, 외화에 밀려 국내 영화가 상영 기회를 놓칠 일은 국내 영화 산업의 판도 변화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직배투쟁 교훈 되새길 때=쿼터 축소방침에 찬성하는 한 영화관계자는 “시장이 개방될수록 우리 영화의 경쟁력이 살아난다”며 “과거 해외 직배가 허용될 때도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직배사가 맥을 못 추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폈다. 해외영화 직배는 지난 88년 슈퍼301조를 등에 업고 UIP가 한국에 ‘위험한 정사’를 들여오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국내 영화계는 “직배영화가 한국영화를 다 잡아먹는다”며 직배영화 상영 극장에 뱀을 풀어놓는 극단적인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직배가 허용된 지 19년이 되는 지금, 영화계에선 허용 초기엔 위기가 있었지만, 국내 영화의 자생력이 커지면서 오히려 한국 영화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한다. 직배 허용 후 국내 관객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충무로는 할리우드식 흥행기법의 과감한 도입, 세대교체를 이룬 신인감독들의 치열한 작가정신이 빛을 발했고 여기에 충무로 밖 대기업ㆍ금융자본과 결합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낳으며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재미없지만 봐 줘야 한다’에서 ‘볼 만 하고 보고 싶다’로 전환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의 영화과 교수는 “그 동안 논란만 무성했지, 정작 아무런 대책을 내지 않아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됐다”며 “결정권자가 확실히 입장을 정리한 이상, 잠시간의 혼란이 끝나면 의외로 별 탈 없이 잠잠해 질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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