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액사채시장 변화 바람

카드깡 점조직 무너져 업자들 대안모색 부심백화점상품권이 소액 사채시장의 하부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변화요인은 법규개정. 지난 1일부터 적용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신용카드를 이용한 상품권 매매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비공식 루트로 상품권을 유통시켜온 사채업자들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만 이전과 같은 영업이 가능해졌다. 사채업자들은 위탁업자로 공식등록하기보다는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 종로의 귀금속이나 동대문 의류가 이들이 찾고 있는 대안. 문을 닫거나 업종변경을 모색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백화점상품권을 매개로 하는 1조원대의 사채시장이 연쇄적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깡 점조직 무너져 백화점 상품권의 유통구조는 크게 4단계. 피라미드의 상부에는 백화점에서 한꺼번에 상품권을 사오는 업자들이 점하고 있다. 이들의 구매규모는 최소 10억원. 백화점에서 통상 1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이들은 2차 중간상에게 억원 단위로 쪼개 분배한다. 수천만원 단위로 돈을 굴리는 3차 중간상은 상품권을 구둣방 등에 넘기는 게 일반적 상품권 유통구조다. 각 과정에서 마진 1.5~3%가 붙는 이 같은 유통구조는 거래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상품권 할인시장이 사라지게 된 것은 이 같은 피라미드의 상부가 여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양지에 드러나게 생겼기 때문. 이전처럼 백화점에서 상품권을 사오려면 위탁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사채업의 생리상 드러나기는 싫다는 것이다. 제한적(1인당 100만원 한도)이지만 개인들이 직접 신용카드로 백화점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점도 '깡'시장 급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품권 할인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된 셈이다. ◆귀금속ㆍ의류 매개 깡시장 등장 백화점상품권 할인시장이라는 마당을 잃어버린 사채업자들이 모색 중인 대안은 종로 귀금속과 동대문 의류. 귀금속상 등을 한데 묶어 상품권을 직접 발행한다는 것이다. 종로의 H업체는 최근 귀금속상품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의 위탁판매업자로서 양지로 나올 바에야 아예 할인업보다는 발행자의 위치에 서겠다는 것이다. ◆상품권 유통가격 하락 구둣방 등에서 유통되는 10만원짜리 백화점상품권의 가격은 9만7,000원선. 명절 같은 성수기에는 9만9,000원대까지 오르던 가격이 최근에는 9만원선으로 떨어졌다. '백화점상품권은 시세변동이 심해 당분간 취급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업소도 적지않다. ◆중소기업 자금난 부작용도 가격하락에 따라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 사채업자에게 내다팔아 긴급자금을 조달하던 중소기업들의 금리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일산에서 가구업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체의 사장은 "그동안 백화점상품권을 통해 연 12% 가량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금리부담이 훨씬 높아진데다 그나마 상품권을 취급하는 업소도 사라지고 있어 자금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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