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손상된 손·발·장기 되살린다

잘려나간 도롱뇽 꼬리가 새로 돋아나듯…<br>잘린 손가락 돼지 콜라겐 가루 이용 재생 성공<br>3D프린터처럼 세포·영양소 뿌려 장기 배양<br>화상 피부에 치료제 살포 '스킨건'개발도 나서

모든 전쟁에서는 부상병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지가 절단되거나 장기가 파열되며 화상도 자주 입는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부상은 재생의학으로 완벽하게 치유될 수 있을 전망이다.

스킨 건을 이용해 미성숙 피부각질 세포인 케라티노사이트를 스프레이 형태로 뿌리면 피부가 재생된다.

장기 프린터는 생체 틀과 생체 용해 물질을 사용해 인간의 장기를 새로 만들어 낸다.

도롱뇽의 꼬리가 재생되듯 절단된 인간의 손발도 다시 자라날 수 있을까.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얘기지만 머지않아 이 같은 도롱뇽 인간을 주변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의 미군재생의학연구소(AFIRM)와 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이 전장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위한 인체재생 연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절단된 사지의 재생은 물론 손상된 장기를 인공으로 만들어내는 프린터, 화상 부위의 피부재생을 돕는 스킨건 등 첨단 의료장비 개발에 나서고 있다. 모든 전쟁에서는 항상 부상병이 발생한다. 개전 5년이 흐른 이라크전만 해도 미군은 지금까지 무려 2만9,000여명 이상의 병사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부상병 가운데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신체의 일부를 잃는 등 복구불능의 영구적 신체장애를 가진 경우다. 사실 영구장애는 병사 본인과 그 가족들이 받아야 할 고통의 크기에서 전사자의 그것보다 크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인공 의수족 등 이들의 일상생활과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돼 있지만 아직은 부상 전의 인체를 대체하기에는 편의성과 실용성 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인체 내 주요 장기(臟器)는 인공 대체품마저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영구적 신체장애자들은 앞으로도 불편한 인공 대체품에 의존하거나 평생 장애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할까. 아니다. 앞으로는 부상 등에 의한 후천적 신체장애자들이 사고 전과 다름없는 정상적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산하 AFIRM과 DARPA가 인간의 사지와 장기ㆍ피부를 재생하는 연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첨단과학 기술을 활용, 도롱뇽의 꼬리가 새로 돋아나듯 잘려나간 인체와 내부 장기도 다시 자라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잘린 수족의 재생 ‘잘린 손발이 자라난다.’ 꿈 같은 도전의 선두주자는 지난 3월 30개 연구소의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한 AFIRM. 이곳 연구자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치료를 목표로 인간의 뼈ㆍ근육ㆍ힘줄ㆍ신경ㆍ혈관 등의 재생에 나서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자금만도 무려 2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AFIRM의 총괄 책임자인 피츠버그대학 맥거완재생의학연구소(MIRM)의 러셀 박사는 “사지 재생은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미 아셀(Acell)이라는 기업이 60대 노인 2명의 잘린 손가락 끝을 재생시켰다”고 밝혔다. 돼지 방광에서 추출한 콜라겐으로 경주마용 인대치료제를 생산하고 있는 아셀은 2005년 우연히 이 치료제가 인체 재생에도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 회사 사장의 친형이 손가락 끝 1㎝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는데 돼지 콜라겐 가루약을 이틀마다 한번씩 상처부위에 바르자 4개월 만에 완벽히 재생된 것. 이후 아셀은 또 다른 손가락 절단 환자를 동일하게 처치했고 이 환자 역시 2주간의 치료를 받자 6주 만에 손톱을 포함한 모든 부위가 완전히 재생됐다. 특히 일반적인 손가락 절단 환자들은 절단 부위를 찾아 봉합하더라도 감각이 무뎌지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돼지 가루 치료는 재생 부위가 조금 딱딱해지는 것을 제외하면 기능적으로 사고 전과 차이가 전혀 없다. #돼지 방광과 아체 세포 AFIRM소에 참여하고 있는 MIRM의 스티븐 베디렉 박사는 이 뜻밖의 성과에 주목, 아셀과 함께 돼지 방광 콜라겐을 이용한 사지 재생 연구에 나섰다. 그는 “사지가 절단되면 환부에 반흔이 나타나 영구적인 흉터가 된다”면서 “하지만 돼지 콜라겐 가루에는 인체의 성장인자 세포와 단백질에 반흔 생성을 억제하고 성장을 지시하는 신호분자가 있어 재생 능력이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디렉 박사는 사지 절단 후 시간이 흘러 반흔 조직이 자라났더라도 이를 제거하고 안쪽의 건강한 세포에 직접 돼지 가루를 접촉하게 하는 효소를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가 완료되면 돼지 가루를 사용해 팔다리와 같은 보다 복잡하고 큰 근육조직의 재생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DARPA도 지난해 초MIRM의 스테판 바딜락 박사 연구팀과 760만달러 규모의 사지 재생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포유류의 조직 재생에 관여하는 아체(芽體)세포 생산. 연구팀은 세포와 호르몬, 비타민A, 섬유아세포 등을 조합해 절단 부위에 공급함으로써 세포 재생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딜락 박사는 “인간은 손가락 끝, 귀걸이 구멍 등 제한된 부분이지만 이미 조직 재생 능력을 갖고 있다”며 “별도의 유전학적 개입 없이도 사지 재생 능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유전자는 우리 몸 속에 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년 내 쥐의 발가락 재생에 성공한 후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다. #프린터로 찍어내는 장기 인체 재생 연구는 사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기와 피부의 재생기술 개발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먼저 장기 재생에는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의 조직공학자 앤서니 아탈라 박사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가 개발하는 것은 일종의 조직 배양기에 해당하는 ‘장기 프린터’. 다양한 모양의 구조물을 입체로 성형ㆍ제작해주는 3D프린터처럼 인체의 장기를 새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3D프린터가 일정한 틀 위에 플라스틱 용해 물질을 겹겹이 뿌려 입체 구조물을 찍어내는 것처럼 장기 프린터 또한 ‘생체 틀’과 ‘생체 용해 물질’을 사용해 장기를 재생한다. 생체 틀은 세포에 영양분을 전달해주는 히아루론 성분과 젤라틴의 혼합물로 만드는데 이 위에 특정 장기의 조직세포와 성장인자, 특수 영양소를 잉크처럼 뿌려 필요한 장기로 성장하도록 배양하는 방식이다. 이 장기 프린터는 이미 쥐나 닭의 심장 일부를 만들 만큼 기술이 발전돼 있는데 아탈라 박사는 향후 5년 내에 전장에서 중상을 입은 병사를 치료할 휴대형 장기 프린터를 개발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AFIRM은 최근 화상 등 피부 결손 환자들을 위한 피부재생용 ‘스킨 건’ 개발에도 나섰다. 이는 환자로부터 피부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미성숙 피부각질 세포인 케라티노사이트를 추출해 스프레이 형태로 뿌릴 수 있게 만든 것으로 결손부위에 도포하기만 하면 환부의 치료 및 피부재생이 촉진된다. 얼마 전 16명의 화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실험에서도 1~3주 만에 실험 대상 모두에게서 탁월한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러셀 박사는 “스킨 건은 기존의 피부이식 시술과 비교해 시술에 필요한 피부세포의 양은 3분의1에 불과하지만 치료 속도와 효과, 흉터제거 능력 등이 월등했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영구적 치유라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 국방부는 이에 더해 군사적 목적에 따라 향후 5년간 다양한 인체 재생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라며 “돼지 콜라겐 가루, 장기 프린터, 스킨 건 등 첨단 의료장비로 무장한 미래 의무병에 의해 부상병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임은 물론 종국에는 민간인들도 이 재생의학 기술들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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