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3월 3일] '따로 또 같이' 한마음 되자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따로국밥’이라는 것이 있다. 맵지 않고 구수한 맛을 내는 이 국밥은 언제 먹어도 정겨움이 더한다. 특히 전날 술이 과했거나 추운 겨울날 혹은 배가 출출할 때 먹는 이 국밥의 맛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따로국밥은 보통의 국밥이 밥과 섞여 한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과는 달리 국과 밥이 따로 나와 일컬어진 것으로 어른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나이든 어르신들에게 밥을 말아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날까봐 밥 따로 국 따로 내게 된 것이 따로국밥의 시작(시조)이라는 얘기다. 따로국밥이 제맛을 내려면 충실한 재료로 만들어진 국물에 밥을 잘 말아야 한다. 김치와 깍두기ㆍ부추를 듬뿍 곁들이면 맛은 더욱 배가 된다. 경제주체, 다른생각은 금물
빨간 국물에 선지와 마늘ㆍ대파가 듬뿍 들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시원한 맛을 지닌 따로국밥이 나쁜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머릿속의 생각과 몸이 따로 논다’는 것이 그 것. 이 말은 어떤 사안을 두고 서로의 생각이 달라 엇박자를 낼 때 주로 사용한다. 최근 우리 경제주체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파해가는 모습을 보면 환상적인 따로국밥의 맛이 아니라 나쁜 의미로 불리는 따로국밥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표출되는 경제주체들의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보면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잘 섞어도 위기극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따로 놀고 있으니 제맛(효과)이 날 리 없다. 물론 각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따로 노는 이유도 이해할 만하다. 기업이나 개인ㆍ금융기관들의 존립 목적은 생존이 우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각자 처한 위치를 넘어 국가(대한민국)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다시 말해 서둘러 마음을 합치지 않으면 머지않아 좌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로 또 같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다. 경제주체 모두 생각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힘을 모으는 방향은 ‘모두가 사는 길’이 돼야 한다. 어느 누구 한 사람만 살려고 한다면 모두가 죽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내놓은 위기해법을 보면 다소 위안이 된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상시 기업구조조정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구조조정펀드를 만들어 부실기업의 회생을 돕겠다고 천명했다. 만약 정부의 이 같은 생각이 가시화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기업의 구조조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생차원에서 한 뜻 모아야
특히 우리손으로 만들겠다는 구조조정펀드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들이 우리 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 자본(힘)으로 펀드를 만들어 기업 살리기에 나선다면 국가는 물론 기업ㆍ금융기관 모두에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펀드 조성에는 정부ㆍ금융기관은 물론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펀드 조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어느 한 금융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 힘을 모아 서로 사는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여서다. 지금 당장 힘과 지혜를 모으자. 경영은 독립적으로 해야 하지만 ‘국가를 위한 길’ ‘모두가 사는 공생의 길’이라는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참여하자. 그것도 빨리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각과 행동이 다른 ‘따로국밥’이 아니다. ‘따로 또 같이’ 함께 해야 진정한 따로국밥의 맛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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