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 사찰단 2차보고 파장] 美 ‘독자공격-합의도출’ 기로에

유엔 무기사찰단이 지난 14일 2차 보고에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제조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함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 여부와 이라크 유전에 대한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들게 됐다. 한스 블릭스 이라크 무기사찰단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중에 이라크 공격을 결정하려던 미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번 유엔 보고를 계기로 전쟁 발발 여부와 그 시기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전쟁 결정까지 수 주 남았다”고 밝혔고, 뉴욕타임스지는 달이 뜨지 않는 3월 초 밤에 공격을 개시하려던 당초 계획이 수정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3월 14일까지 사찰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러시아와 중국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3월 중순에 대량살상무기 여부를 확인할 경우, 미국은 4월 초 초여름의 뜨거운 사막에서 탱크와 보병을 움직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안보리 의결을 무시하고 전쟁을 결정하든지, 희생을 치르더라도 시간을 두고 국제적 합의를 유도하든지 여부를 선택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무기사찰단의 보고는 국제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뉴욕 증시는 이날 2% 정도 폭등하고, 국제 금값도 급락하는 등 시장 안정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원유 선물가격은 전쟁 지연에 따른 수급 불안감으로 29개월 만에 최고치인 배럴 당 36.84 달러로 마감했다. 이번 보고를 계기로 이라크 석유 확보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경제계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유전 개발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프랑스 석유회사 엘프사는 이라크에 두 군데의 유전 개발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엔의 경제 제재로 개발을 늦추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후세인 정부로부터 20억 달러가 넘는 무기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도 이라크 무기판매 대금은 물론 90억 달러에 이르는 석유개발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이탈리아의 석유 회사들도 이라크와 유전개발에 관한 조건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들 국가는 기존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후세인 정부가 미국의 공격으로 붕괴되는 것보다 평화적인 해결책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500만 달러의 용역을 발주, 종전 후 이라크의 경제 복구와 유전 개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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