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커의 힘… 썰렁하던 지방공항 '인산인해'

대구·청주 '무비자 환승'덕 이용객 20~40% 급증

보성 차 밭·설악산 인기에 무안·양양도 연일 북적

/=연합뉴스


최근 출장차 청주국제공항을 찾은 직장인 A씨는 곳곳에 붙은 중국어 플래카드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중국어에 어안이 벙벙했다. 3년여 전 공항을 이용할 때만 해도 한산했는데 몇 년 새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으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공항 밖도 마찬가지였다. 공항 입구 도로 한편을 중국인을 태우려는 대형 관광버스가 점령하고 있었다. A씨는 "주로 서울이나 제주도·부산에만 관광객이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대도시에 비해 볼거리가 적은 지방까지 오다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텅텅 비어만 가던 지방공항이 유커 덕에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와 한국공항공사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구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153만7,000명으로 지난 2013년보다 45만3,000명 불었다. 2003년에는 이용객 수가 230만명에 달했던 대구공항은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30% 급감하더니 2009년에는 100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이용객 수가 42%가 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대구공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대구공항이 중국인 120시간 무비자 환승공항으로 지정되면서 단체관광을 중심으로 일단 대구에서 1박을 하고 서울이나 제주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대구공항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유커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로 팔공산을 찾아 케이블카를 타고 겨울에는 설경, 가을에는 단풍을 즐겨보며 이후 동성로에서 쇼핑을 즐긴다"며 "대부분 만족하고 또 오고 싶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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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공항도 마찬가지다. 청주공항 이용자 수는 2000년대 중후반 100만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70만3,000명으로 대구보다도 많았다. 전년보다 32만4,000명(23.5%) 급증했다. 이 중 80%(25만1,000명)가량은 국제선 이용객으로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골든북은 "지난해 4월 무비자 환승공항으로 지정된 데다 중국 광저우·난징 등과의 노선이 신규 취항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주공항 관광안내센터의 한 관계자는 "역사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방문하고 이후 청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성안길에서 쇼핑을 하는 등 보통 1박 2일 일정을 보내고 서울이나 제주도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서해안을 따라 쭉 내려오면 위치한 전남 무안국제공항도 밀려오는 중국인 관광객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 수가 17만8,000명으로 전년 보다 34.5%나 급증했다. 2007년 개장한 후 10만명 안팎을 오가던 이용객 수는 2013년부터 30%대의 고속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안공항 측은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인근의 보성 차 밭을 들르거나 풍경이 좋은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을 보기 위해 무안공항을 이용한다"며 "단체관광객은 해남으로 내려가 이순신 관련 유적을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양양으로도 유커들이 밀려들고 있다. 설악산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이점 덕분이다. 양양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23만8,000명으로 전년(3만 9,000명)보다 5배 이상 폭증했다.

다만 일부 공항에서는 늘어나는 이용객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인력·시설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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