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SK와 현대 주총 앞과 뒤

주총 시즌이 끝나면서 재계 최대 이슈였던 SK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 쟁도 일단락됐다. 소버린자산운용과 KCC의 인수합병(M&A) 시도는 무산됐고 최태원 SK 회장과 현정은 현대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을 지킬 수 있 었다. 양측 승리의 주요인은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중심의 투명경영 의지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소액주주 등 주주의 표심을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하지만 화장실 가기 전과 나온 후가 다른 것인지 주주위임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최 회장과 현 회장의 행보는 지난 주총에서 보여준 주주들의기대와는 다른 방향이다. 최 회장은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위해 굳이 그룹 회장 자리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직무실을 옛 그룹회장실로 옮기더니 경영의 무게중심마저 SK㈜ 투자회사관리실로 옮겨갔다. 투자회사관리실은 옛 구조조 정본부의 후신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분식회계 등에 책임을 지고 용퇴한 손길승 회장 등의 뒷자리에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측근 또는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 친정체제 구축에 만 몰두했다. 최 회장의 투명경영 의지도 그만큼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현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세운 공약도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다. 현 대의 ‘국민기업화’ 방침은 KCC를 방패막이로 공염불로 끝날 듯하고 소액 주주 추천 사외이사 등용 문제에는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현 회장은 주총 승리 후 현대상선 유상증자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채 반나절도 안돼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되물렸다. KCC측 지분을 장외 대량 매매로 사들이는 방안도 구두선에 그칠 모양이다. SK와 현대의 주총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최 회장과 현 회장의 경영능력은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여전히 불안한 지분구조 속에서 두 사람의 경영권은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취약한 경영권이 기업경영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초심에서 주주와 시장을 중시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SK와 현대의 순항이 이뤄질 수 있다 .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