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 中 日 바둑 영웅전] 슬럼프에서 벗어난 이창호

■ 비금도의 소년



이세돌이 득세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창호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이창호를 잡아주어서 어부지리로 세계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2004년에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할 때는 중국의 후야오위가 이창호를 꺾어주었고 같은 해 도요타덴소배에서는 콩지에가 이창호를 저지해 주었다. 2005년에 이세돌이 후지쯔배에서 우승할 때는 구리가 이창호를 잡아주었고 2007년 LG배에서도 후야오위가 이창호를 중도 탈락시켜 주었다. 같은해 삼성화재배에서는 한상훈이 이창호를 탈락시켰다. 그 모든 과정은 이창호의 불운이며 동시에 이세돌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세돌이 언제까지나 그러한 행운을 기뻐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 행운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창호가 길고 긴 슬럼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응창기배 준결승3번기에서 이창호에게 2대0으로 완패한 이세돌로서는 이창호를 극복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였다. 한국랭킹 1위는 14개월째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이창호와의 포인트 차이는 근소했다. 제13회 삼성화재배 8강전은 이세돌에게 너무도 중대한 한판승부였다. 여기서 이세돌이 또 지면 랭킹1위는 심히 무색해질 것이고 이기면 비로소 면목이 조금 설 것이다. 지금까지의 통산전적은 이세돌이 21승 27패였다. 이세돌의 흑번. 이창호는 언제나 그러하듯 승부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백8로 갈라친 수는 균형을 유지하며 천천히 가겠다는 작전이다. 참고도의 백1로 선제 공격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흑은 손빼기작전으로 나올 것이 뻔하다. 흑8까지 되고 보면 흑의 세력이 퍽 시원해 보일 것이다. 흑9는 이세돌이 좋아하는 압박전술. 백10의 응수를 보고 사이버오로 생중계를 맡은 양재호9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는 이 한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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