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8년 가장 바쁘게 산 사람들] 장하성 고려대교수(끝)

『우리는 張교수를 믿고 한국에 왔다.』최근 우리나라 증시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외국인들은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가 묵살됐던 나라, 재벌총수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을 거미줄처럼 엮어놓고 황제처럼 군림했던 나라에 이제 희망이 싹트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런 변화를 몰고온 사람이 바로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다. 「민간의 재벌 감시인」으로 통하는 張교수는 이 땅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소액주주운동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재벌기업이나 부실은행 경영진에게는 「저승사자」로 통하는 존재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주총회장에 그가 모습을 드러내면 해당기업에는 무조건 비상이 걸린다.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은 張교수가 계열사 부당지원이나 불법증여·부실경영 등에 대해 송곳 같은 질문으로 책임추궁을 할 때마다 경영진들은 진땀을 흘렸다. 3세 경영인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한 삼성전자는 「경영권 세습을 위한 부당증여 행위」로 제소당했고 2세에게 주식을 헐값에 넘긴 SK그룹은 張교수에게 추궁당하자 백기(白旗)를 들었다. 한보철강에 대한 거액대출로 은행경영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제일은행 경영진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소액주주들에게 4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재벌개혁의 민간전도사」「소액주주의 대부」「민주총회꾼」 등 張교수에게는 갖가지 별명이 붙어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張교수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함께 「아시아를 변화시키고 있는 50인」 중 한 사람으로 꼽기도 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張교수를 회의에 초청, 의견을 들은 것도 그의 이름이 국내보다 외국에 오히려 더 많이 알려져 있음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張교수는 『오래 전부터 우리 기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 속에 담고 있었지만 과거와 같은 좌우대립의 이념 스펙트럼 아래에서는 뜻을 펼 수가 없었다』며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시장 시스템이 갖는 민주적 기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내년에는 삼성전자·현대중공업·SK텔레콤·LG반도체·㈜대우 등 5대 그룹 주력사를 중심으로 소액주주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일부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한상복 기자】 <대/입/합/격/자/발/표 700-230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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