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초점 어긋난 직장어린이집 대책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에게 무척 반가운 정책이 발표됐다. 직장을 다니면 정해진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전업주부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환영 받기보다 기피대상인 경우가 많았다.

직장어린이집 확대 직장맘 부담 덜어

따라서 국공립어린이집보다도 부모만족도가 높은 직장어린이집 확대를 위해 관련부처들이 모여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직장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상시 근로자수 500명 이상, 또는 여성 상시 근로자수 300명 이상인 기업 919곳 중 어린이집을 실제 설치한 사업장은 39.1%에 불과했고 상당수 기업은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거나 보육수당을 주는 식으로 때웠다. 심지어 25.7%는 설치의무를 무시했다.


이번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규제를 완화해 건물 1층이 아니라 2~5층에도 직장어린이집이 생길 수 있고 실외놀이터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또한 중소기업이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설치할 때는 지원금이 현재 5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나고 교사 1인당 지원금도 월 100만원에서 120만으로 상향 조정된다. 정부는 이번에 마련한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 대책으로 직장어린이집 의무설치율이 2017년까지 최소한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의 보육부담을 덜어줘야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을 늘릴 수 있고 출산율도 올라간다. 기업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업무몰입도가 향상되고 우수 여성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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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 및 일ㆍ가정 양립 활성화에 대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그 대책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 직장어린이집이 설치되면 아침 일찍, 저녁 늦게까지 야근이나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부모인 여성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이 단순하게 여성노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으로만 자리매김해서는 안 된다. 부모 직장과 가까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육하게 되면 자주 들러서 확인할 수 있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아이를 좀 더 빨리 데려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지 야근이나 연장근로에 도움이 될 목적으로 직장어린이집이 추진돼서도 안 된다. 아이들에게 놀이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실외놀이터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규제완화는 아이들 발달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만3세 이상의 유아는 일정시간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괜찮지만 만0~2세 영아의 경우 선진국들은 가능한 가정에서 양육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려고 노력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여성취업률이 80%에 가까운 선진국에서도 육아휴직ㆍ유연근무 등 일ㆍ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부모가 가정에서 영아를 직접 돌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부모와의 지속적인 접촉과 관여가 영아의 성장과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아동발달적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영아를 둔 여성의 취업률이 그에 훨씬 못 미치는 데도 불구하고 종일제 시설보육을 지원하는 쪽으로 보육정책이 맞춰져 있다.

아동 성장ㆍ발달 좀더 세심한 배려를

이러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도대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부모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영아들이 그 피해자일 것이다. 보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여성노동력 확보가 아니라 반드시 최종 수혜자인 아동의 발달에 유익하냐 유익하지 않느냐의 아동중심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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