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6일] 성급한 '문자입력 표준화' 발표

휴대폰을 새것으로 교체하면 좋은 점도 많지만 불편한 점도 한둘이 아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문자입력 방식이 달라 겪는 고생이다. 삼성전자(천지인), LG전자(나랏글), 팬택계열(스카이Ⅱ) 등 휴대폰 업체마다 각기 다른 자판배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 지난 9월 말 현재 문자입력 방식 사용률은 천지인 55%, 나랏글 28%, 기타 17%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10년이 넘도록 휴대폰 문자입력 방식 표준화를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다. 각 회사들이 문자입력 방식도 차별화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각 사마다 표준화에 대한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에 대해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그동안 표준화가 번번이 무산됐던 이유다. 지난 23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50대 생활표준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내년부터 휴대폰 문자입력 방식을 표준화하겠다는 것. 취임 두 달이 지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의사가 강력히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알아본 결과 표준화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표준화를 추진하겠다는 큰 틀만 정해져 있었고 이제 막 업계 간담회 한 번 치렀을 뿐이었다. 결국 발표취지는 좋았지만 앞으로의 길은 첩첩산중으로 보인다. 어느 방식으로 표준화할지, 특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 산적한 과제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특허 문제의 경우 반드시 분쟁소지를 없애야 한다. 삼성전자는 천지인을 개발한 개인 발명가와 수년간 특허 분쟁을 겪은 끝에 타협을 통해 이 문제를 종료했다. 하지만 이 발명가는 천지인 방식으로 표준화를 추진하면 삼성 이외의 다른 기업도 천지인을 쓰게 되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으로부터도 특허료를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자입력 방식 표준화 문제는 정부가 '건수 하나 올리겠다'는 식으로 발표만 하고 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자입력 방식 표준화는 10년도 더 된 문제"라며 "정부가 성급하게 발표한 것 같다"고 정부의 '성과주의적 행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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