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월드파노라마] 싱가포르도 은행 빅뱅 초읽기

동남아 지역의 최고 국제 금융센터 자리를 놓고 홍콩과 자웅을 다투고 있는 싱가포르에 금융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정확하게는 싱가포르 은행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외국 자본과 현지 자본간의 한판 씨름이 벌어질 전망이다.벌써부터 싱가포르 증시에서는 피인수 후보 은행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은행간 인수·합병설이 무성하다. 금융 빅뱅의 계기는 지난 17일 싱가포르 금융청(MAS)가 발표한 은행 자유화 프로그램. 큰 골자는 MAS가 외국 은행에 새로운 영업 허가권을 내주기로 결정, 영업 제한을 해제한다는 것이 첫번째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40%로 묶여 있는 현지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보유 한도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외국 자본은 마음대로 싱가포르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되고 영업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이 조치가 발표되자 증시에서는 벌써부터 예측을 뛰어넘는 주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원래 싱가포르 은행들의 주식 가격은 현지 주민 보유분과 외국인 전용 주식에 따라 달랐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은행 업계의 판도변화 전망에 따라 외국인 전용 주식의 프리미엄이 급등, 외국인 주식이 한때 현지 보유분보다 최고 60%나 비싼 적도 있었다. ★그림 참조 하지만 은행자유화 조치 발표로 외국인 전용 주식의 프리미엄이 폭락하고 현지분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보유한도 제한이 무너지면서 현지보유 물량이 외국 자본들의 타킷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 자산 기준으로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현지 주가가 무려 17%나 오른 반면 외국인 전용분의 프리미엄이 단숨에 45%에서 23%로 폭락했다. 또다른 현지 대형은행인 대외중화은행(OCB)도 이날 현지분 주가는 18%나 올랐으나 외국인 전용 주식은 7.1%나 가격이 하락했고 연합대외은행(UOB)도 마찬가지였다. 싱가포르 4대 은행중 예외는 대외연합은행(OUB). 이 은행은 현지인 보유분 주가가 20%나 오른 것은 물론, 외국인 전용 주식도 가격이 3.5%나 올라 프리미엄을 그대로 유지했다. 살로먼 브러더스 어셋 매니지먼트사의 지앙파올로 구아르니예리 펀드매니저는 『4대 은행중 비교적 규모가 작은 OUB가 인수·합병 후보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OUB의 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점쳤다. 한편 금융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자유화 조치가 싱가포르 은행산업 판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 일으킬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무엇보다 현지 대형 은행들끼리의 통합을 급속히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금융청(MAS)은 대형은행중 2개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틈새 시장을 메우는 중·소형은행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최대 은행인 DBS는 지난해부터 은행 빅뱅에 대비, 은행간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전 임원인 존 올즈를 스카웃해, 최고 경영자로 내정해 둔 DBS는 싱가포르의 POS은행 인수를 비롯, 태국의 타이 다누 은행의 최대 주주가 됐고 홍콩의 쾅옹 은행도 매입하는 식탐을 보여왔다. 지금도 DBS가 케펠 탯리 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동남아지역 최대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반면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의 중견 은행들은 아직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견 은행 대부분이 정부가 아닌 특정 가문의 소유 아래에 있어 인수·합병에는 소극적』이라면서도 태풍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내 은행 영업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현지 은행들은 기업 대출업무와 관련해서는 시티은행,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같은 세계적인 은행들과 경쟁해왔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 금융부문에서도 이들 외국은행들이 주택저당 대출, 자동차 대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부문에 적극 진출, 기반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결국 이번 싱가포르 정부의 은행 자유화조치는 영업 측면보다는 업계의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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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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