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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땅값 해도 너무한다] <중> 땅값 급등이 사업 발목잡는다

지분값 치솟을수록 사업성 악화<br>가격 뛰어도 추가부담금 줄지 않아 실익 없고<br>조합원수 늘어날수록 지분가치 감소 불가피<br>조합원간 갈등 커져 사업 지연·좌초 가능성도


10여년 전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에 투자했다가 입주 직전 이를 되팔았던 이모씨. 당시로서는 꽤 유망한 재개발 구역이었지만 5년 정도 투자한 후 그가 받은 성적표는 금융비용을 제하고 나면 거의 본전 수준이었다. “지분을 살 때만 해도 곧 사업이 될 것 같았는데 그렇지가 않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데 요즘 재개발 구역 지분 값이 오르는걸 보면 이해가 안됩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은 오히려 기존의 개별 재개발 방식보다 훨씬 공공성이 강하다. 광역 재개발 개념의 도입으로 공원ㆍ도로 등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직ㆍ간접 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진 것. 그만큼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셈이다. ◇규제는 강화됐는데 기대치만 높아져=재개발은 재건축에 비해 훨씬 사업구조가 복잡하다. 순수 주민 동의로 이뤄지는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공공성을 지니다 보니 구역 지정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세입자 이주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기간의 리스크도 크다. 그럼에도 재개발 지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서울 지역의 신규주택 공급부족과 강화된 세제를 원인으로 꼽는다. A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기간 동안 계속된 재건축 규제 강화로 신규주택 공급이 줄다 보니 수요자들이 재개발을 대안으로 삼는 추세”라며 “여기에 강남권 재건축에 비해 가격이 낮아 세금 규제도 적어 투자수요가 몰린다”고 말했다. ◇정부ㆍ지자체의 강북 살리기도 한몫=정부와 지자체의 도심 등 강북에 대한 재개발 활성화 의지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주택 정책은 참여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올 한해에만 재개발 등을 통해 7만여가구를 공급하는 등 주택공급 확대의 주요 수단으로 신도시 개발보다 재개발 활성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용적률 상향은 물론 용도지역 변경 등 정부가 잇따라 제시한 규제완화 방안들이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들이 개발과 함께 이익환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묻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근과 채찍이 함께 제시돼야 함에도 항상 당근을 먼저 푼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분 값 급등, 지분 쪼개기는 ‘부메랑’=업계는 재개발 지분 값 급등과 지분 쪼개기 등이 결과적으로는 사업 지연이나 좌초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조합원 수가 고정된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조합원이 늘어날수록 지분 가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분 쪼개기 등이 조합원 수가 늘어나는 데 반해 용적률 등 건축가능 한도는 정해져 있어 그만큼 사업성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분 가격이 뛰더라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부담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지분 값에서 토지감정가를 뺀 나머지 가격은 일종의 프리미엄이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높일 수도 없어 사업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로 서울 가재울 뉴타운 내 일부 재개발 구역의 경우 지분가격 상승과 조합원 증가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조합원 간 갈등이 커져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최근 재개발 지분 값 급등은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마지막 이상현상”이라며 “비정상적인 지분 가격은 결국 재개발 사업 자체를 어렵게 한다”고 경고했다. C건설사의 한 관계자도 “재개발 지분 값이 지금 추세대로 계속 오르면 지나치게 높은 지분 값이 재개발 사업을 좌초하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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