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세로 돌아서자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어 오던 철강ㆍ금속주가 연일 수직낙하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비철금속인 아연, 구리가격은 각각 11.5%와 6.8%씩 급락한 상태. 국제 원자재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에너지, 금속 등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ㆍ제프리 CRB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2.7% 떨어져 지난 88년 6월 이래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국내 철강ㆍ금속주도 상품가격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철강ㆍ금속업종지수는 전날보다 6.86% 떨어졌다. 이는 지난 12일 시초가에 비하면 3거래일 동안 무려 11% 이상 하락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하한가를 기록하며 8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 지난달 3일 이래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영풍(-10.63%), POSCO(7.06%)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원자재가격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관적인 코멘트로 잘 알려진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상품시장은 터지기를 기다리는 버블 상태”라며 “글로벌 상품시장의 가격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지난 27년간 지속돼 온 중국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6년간 자산 거품이 금융시장을 지배해 왔지만,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라며 “지난 2000년의 나스닥 시장처럼 비이성적인 과열 상태에 놓인 국제 원자재시장도 기습을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원자재가 급락이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 뒤에 예고됐던 조정이라고 풀이하면서도 “단기 변동성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은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속가격 상승이 대규모 투기자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장세의 성격을 띤 만큼 단기적인 가격변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일단 단기적으로 소나기는 피한 뒤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을 거치고 난 뒤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