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첨단기술의 불법 해외유출에 발벗고 나섰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투입된 첨단기술에 대해 해외 매각이나 이전 때 반드시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지금까지 기업에 국한했던 불법 산업기술 유출의 처벌 대상을 대학과 연구소 등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불법 기술유출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 대해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중소기업의 산업보안 관련 설비투자도 연구설비투자로 인정해 투자금액의 3%를 세액공제해줄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첨단산업기술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기존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첨단기술유출방지법을 만들려는 뜻은 분명하다. 그 동안 산업기술의 불법 해외유출사건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유출의 사전적발 실적만도 지난 98년 이후 올 8월까지 51건 44조원으로 집계됐으며 특히 올해 들어서 8개월 동안 11건 18조원에 이르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전적발 건수와 예상피해액이 이 정도니 모르게 불법 유출된 첨단기술까지 합산한다면 어느 정도에 이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제서야 첨단기술유출방지법의 제정에 나서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중국 등이 2000년대 들어 대규모로 우리나라의 첨단산업기술을 흡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기술적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다만 정부는 승인제 도입이 기업의 해외진출과 구조조정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민간기업 스스로 개발한 첨단기술에 대해 자율 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가핵심기술 선별 기준을 엄격하게 선정하고 현재 진행중인 대규모 해외매각사업 등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현재 성장동력의 고갈로 내일의 번영을 확신하기 힘든 입장에 있다. 기초과학은 외면당하고 있고 이공계 지망생은 날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정보통신 대국이라고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첨단산업은 일부 응용기술에 국한되어 있으며 선진국에 수많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수출품을 완성할 수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마땅히 우수 기술자를 우대하고 첨단기술 보유기업이 더 이상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도록 산업정책을 가다듬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