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장르포] 어린이 영어 조기교육 열풍

CNN뉴스 시청후 영어로 토론

서울시내 한 영어학원의 유아반 아이들이 26일 외국인 선생님과 함께 영어로 숫자공부를 하고 있다.

[현장르포] 어린이 영어 조기교육 열풍 CNN뉴스 시청후 영어로 토론 서울시내 한 영어학원의 유아반 아이들이 26일 외국인 선생님과 함께 영어로 숫자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한 어린이 영어학원 교실.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 12명이 원탁에 둘러앉아 텔레비전 화면과 소리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 중인 프로그램은 영어 만화나 동요가 아닌 CNN 뉴스. 학생들은 원어민 선생님으로부터 뉴스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청 후에는 소감을 영어로 표현한다. 때에 따라서는 같은 반 친구와 시청내용에 대해 토론도 한다. 이 학원은 지난 4월부터 학습 콘텐츠 명목으로 CNN에 정식으로 로열티를 지급하고 뉴스 내용을 학습 프로그램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단순한 영어 암기가 아니라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도록 한다는 게 학원측의 설명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자리잡은 한 영어 유치원. 이 곳의 유치부 어린이들은 공작ㆍ체육ㆍ율동 등 모든 수업을 미국인 선생님으로부터 배운다. 선생님은 공 굴리는 방법도, 색종이를 오리는 요령도 영어로만 설명한다. 이처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은 사교육 시장 규제, 교육제도 개선안 등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수도권으로, 미취학 아동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강의내용도 단순한 회화나 문법이 아니라 뉴스 청취, 영문 에세이 작성, 토론 등으로 대학생 대상 강의 못지않게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분원을 갖고 있는 주니어 영어학원 YBM ECC의 경우 현재 체인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0개의 학원을 운영 중이다. 95년 수도권 33개 학원으로 시작한 정철영어주니어는 현재 서울 35곳, 인천ㆍ경기 97곳, 기타 지방 155곳에서 학원을 운영 중이다. 초급 영어 학습자들의 영어 수준을 테스트하는 PELT(Primary English Level Test)에 응시하는 초등학생 수도 매회 크게 늘고 있다. 2002년 연 응시자 수는 10만명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27만명이 시험을 봤고 올해는 약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토익(TOEIC) 기초 단계 시험이라 할 수 있는 토익 브리지(TOEIC bridge)에 응시하는 초등학생도 증가 추세로 전체 응시자 중 40% 가량이 초등학생이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PELT, 토익 브리지 등 영어시험 열풍이 불자 초등학생 대상 일부 영어학원, 학습지 업체 등은 시험 대비 특강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영어 열풍 속에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학부모와 어린 학생들도 적지않다. 서울 송파구 토성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정모군은 "영어학원에서 시험을 잘못 보면 어머니한테 전화를 한다"며 "그럴 때는 영어 공부하기가 정말 싫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초등학생들이 영어학습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에는 학습의 중압감에 대해 하소연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 중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한 학생은 "급수시험을 준비 중인데 같은 반 학생들보다 못 나오면 창피할 것 같다"며 회원들에게 시험비법을 알려줄 것을 호소했고 또 다른 회원은 "시험을 앞두니 잠도 안 온다"고 걱정했다. 부산에 사는 주부 이선화씨는 " 다섯살 난 딸아이가 일반 유치원을 다니는데 아무래도 주변 권유가 마음에 걸려 영어 유치원을 알아보는 중"이라며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할게 많다고들 그러니 벌써부터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4-11-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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