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와 신한국당은 중대한 실책을 범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 지켜져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정책을 송두리째 흔들어 그린벨트를 개발벨트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정부와 여당은 그린벨트내 주민의 편의와 생활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그린벨트 제도 개선책」을 확정, 내년 3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개선책의 골자는 원주민 자녀 분가용 주택건축, 기존주택도 3층 이하 90평까지 증개축, 1가구 30평에 한해 자녀분가용 분할등기 허용, 테니스 배드민턴장 병의료시설 도서관 은행 농수산물공판장 슈퍼마켓 등 각종 시설의 설치 설립 허용, 일부 사립고등학교 신설 허용 등이다.
당초 검토했으나 강한 여론에 밀려 불허된 국공립 초등학교 국제대회용 체육 시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개발이 허용된 것이다.
지난 71년 지정되어 일관되게 유지되어온 그린벨트는 문민정부들어 야금야금 풀어졌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끝내는 정책 기조마저 흔들리게 됐다.
그린벨트가 원주민들의 생활불편과 재산상의 불이익에 따른 불만속에서도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과 환경보호라는 더 큰 공공이익의 필요성과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후손에게 청정한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도 큰 몫을 해왔다. 그래서 정부 정책중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문민정부 막바지에 들어 그린벨트 보존 원칙이 무너졌다. 훼손 파괴의 가속화가 불을 보듯 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그린벨트는 개발의 상처를 입어왔는데 이번의 사실상 보존원칙 포기 선언으로 난개발에 불을 지른 꼴이다.
원칙은 한번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게 마련이어서 앞으로 그린벨트를 지킬 명분도 방법도 잃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인기정책의 소산이라면 그린벨트 해제와 개발촉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선거때만 되면 그린벨트 규제완화 공약이 난무했고 어김없이 자연과 환경은 파괴되었다. 벌써부터 정부와 여당이 정치논리에 기울어져가고 있는 걸 보면 그린벨트의 어두운 앞날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투기 붐이다. 과거의 부동산 투기붐은 그린벨트에서 불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린벨트 규제완화가 추진되자 수도권 지역에선 땅값이 뛰고 매물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원칙없는 정책으로 자연환경을 잃고 부동산 가격 안정도 잃게 될 것이다. 적은 표를 얻고 많은 표를 잃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