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작은 나눔으로 받은 큰 사랑

“오늘 봉사하러 가는 날이지. 소은이 병원 가야 하는데….” 서운함이 가득 밴 아내의 말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요즘 딸아이 감기 때문에 아내가 많이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그랬다. 빨리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뒤통수로 날아드는 아내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었다. 장애인시설인 ‘임마누엘의 집’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만 4년이 돼간다. ‘추석인데 어디 도와줄 곳 없을까’라는 생각에 봉사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돼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몇 사람이 가서 그 친구들 얼굴 보고 오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작은사랑 봉사팀’이라는 이름도 갖게 됐고 참여 직원들도 많이 늘어나 조직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지난해에는 회사의 도움을 받아 코엑스 아쿠아리움 관람을 하고 한강 유람선도 타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흥분하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봉사가 주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눈이 쌓인 비탈길을 올라 임마누엘의 집에 도착했다. 이곳도 갖은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보금자리다.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그 친구들과 정을 확인하는 신고식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목욕봉사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목욕을 시키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첫 목욕봉사를 하던 날 기억이 생생한데 그들의 뒤틀린 육체를 닦아내며 정말 마음이 아팠었다. 물줄기에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도 깨끗이 씻겨지기를 기도했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런 마음도 많이 무뎌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들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업어달라고 떼를 쓰는 지영이, 한시도 리모컨을 놓지 않는 종석이, 그림을 잘 그리는 미숙이, 노래를 잘하는 민영이, 항상 누워만 있는 은혜, 살림꾼 말순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이것이 정인가 보다. 환송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면 봉사팀원들의 마음은 그 친구들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다. 우리가 나눠준 사랑은 깃털보다 작은 것인데 그들에게 받는 사랑은 너무나 크다. 돌아가는 길에 아내의 말이 생각나 다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돌아가서 아내와 소은이에게 잘해줘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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