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61회 베니스 영화제는 '빈 집'의 김기덕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주며 한국 영화계와의 끈끈한 인연을다시 한번 과시했다.
우리나라가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영화제의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81년. 이두용 감독의 '피막'이 첫 경쟁부문 진출작이었다.
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상(은곰상)을 차지한 베를린 영화제에 비하면20년 늦은 것이지만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처음으로 경쟁부문 리스트에올린 칸 영화제에 견주면 19년이나 빠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6년 뒤 '씨받이'가 경쟁부문에 초대받아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한국영화사상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주요부문상 수상으로 임권택 감독과 주연배우 강수연이 각각 '국민감독'과 '월드 스타'라는 다른 이름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 뒤 임권택 감독은 '아다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등으로 해외 영화제 수상행진을 펼쳤고 강수연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베니스와 우리 영화가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국 영화가 본격적인 중흥기에 접어든 90년대 말.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99년)을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 '섬'(2000년)과 '수취인불명'(2001년),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 '빈 집'과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2004년)에 이르기까지 6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작을 냈다.
이 가운데 '오아시스'는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 그리고 비공식 부문상인미래비평가상, 국제영화평론가연맹상, 세계가톨릭협회상을 받았고 '빈 집'은 신인배우상을 제외한 4개상을 똑같이 차지했다.
2001년에는 신인 감독이나 대안 영화를 대상으로 '현재의 영화'라는 또다른 경쟁부문을 마련했는데 그해 송일곤 감독의 '꽃섬'이 초대됐고, 이듬해 '업스트림'으로 이름을 바꾼 이 부문에서 한국의 디지털네가가 제작하고 홍콩의 프루트 챈이 연출한 장혁 주연의 '화장실 어디예요?'가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사에서 유럽의 창구 역할을 해오며 임권택, 김기덕, 이창동 등을 세계 무대에 소개해온 베니스 영화제가 앞으로 또 어떤 감독을 주목할지 자못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