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교육이민과 기업이민/민병균 장은경제연구소장(시론)

밴쿠버는 재미없는 천국이고 서울은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민을 가서도 서울을 자주 찾는다. 서울공화국은 온갖 재미로 생동하는 신생국의 모습을 다 보이고 있어서 어떤 식자의 말씀대로 「서울문제」를 해결해 놓는다면 한국은 앞으로의 21세기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 컨설턴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환경문제, 교육문제, 교통문제 그리고 사회불안과 경제문제를 모두 해결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차세기에 모든 국가가 당면할 문제를 미리 해결하는 모범국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잘못된 나라의 연구대상으로 추락할 것이다. 누구의 말대로 지금의 한국경제는 단군이래 가장 잘사는 몇 년일지 모른다. 이러한 우려는 경제정책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지금 한국은 토지를 보유한 자를 투기자라 하여 핍박하는 법을 만들었다. 기업이 경제력을 집중하고 투명경영을 늦춘다고 그리고 과도한 차입경영을 한다하여 여러가지 정책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돈가진 자가 넘어질 덫도 쳐놓고 있다. 그러므로 머지않아 돈가진 자를 이땅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기업다운 기업도 사라질 지 모를 일이다.최근 교육이민 보도가 있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간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기업이민이라는 보도기사가 나올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한국의 매력도 없어질 것이다. 경제의 원리는 그렇다. 한때 로마가 융성하던 때에 지금의 히브리에는 맛좋은 귤이 많이 났다. 그러나 로마시민들이 자기들만 먹고자 하여 수출을 금지하였다. 몇 년 안되어 감귤밭은 황폐해지고 로마시민도 귤맛을 볼 수 없게 됐다. 그 귤밭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수출 덕분에 다시 번창했다. 그러나 그 세월이 얼마나 긴가. 수삼년 전만 하더라도 수정자본주의 냄새가 나는 일본과 독일이 세계경제를 제패하는 듯 했다. 미국의 영화가 20세기와 함께 몰락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지금의 앵글로 색슨(Anglo-Saxon)국가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으며 세계의 자본이 이들 나라의 금융센터인 뉴욕과 런던에 거의 다 모여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소설을 보면 처음부터 세계일주에 나선 주인공의 성공여부를 놓고 투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하면 투기로 보는 형국이지만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는 이들 나라에서는 오히려 투기가 경제의 근본을 이루고 있으며 자본을 경시하기는 커녕 자본 증식을 사회적 미덕으로 꼽는다. 최근의 경영기법 중에서도 고객만족주의가 판을 치고 있으나 머지 않아 주주만족주의가 승리자로 군림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경제에는 승리하는 정책이 있고 실패하는 정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동안 우리는 수출로 성공하였으나 그후의 정책에서는 방향을 잃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의 혼돈은 우선 정책 환경부터가 잘못되었다. 모든 정책이란 대개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안을 만들고 토론하고 입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 특히 입법기관인 국회가 제일 생산성이 없다. 내내 토론을 미루다가 하루아침에 수십건의 법안이 팔이 아프도록 두드리는 의사봉 소리에 번개처럼 통과되는게 비일비재하다. 그 사이 경제는 어려워지고 형평이니 민주화니 하다가 경제를 지탱해야할 기업은 멍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이 경제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당면한 경제문제는 무엇인가. 생활 주변부터 살펴보더라도 물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러니 수출이 안되고 수출이 안되니 빚이 늘게 마련이다. 국제수지적자를 계속할 수만 있다면 빚살림이 오래 갈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는 될 수 없다. 따라서 머지 않아 실질임금과 실질물가가 떨어지고야 말 것인데 그 과정이 평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이 불황과 부도와 실업으로 나타날 지, 아니면 멕시코나 태국처럼 환율 급등으로 나타날 지, 요즈음 회자되는 통화대란으로 나타날 지 또는 어렵게라도 수습하여 잘 넘어갈 수 있을 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높은 음식값과 월급이 지탱 될 수는 없다. 혹자는 실업률이 8%는 돼야 나라에 기강이 선다고 갈파했다. 그것도 맞는 말일는지 모를 일이다. 부도에 몰린 기업만이 자구노력할 때가 아닌 것도 분명해보인다. 지금 수익구조가 나쁜 기관이나 기업 모두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다시말하면 국가 전체가 자구노력을 경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는 위기인 것이다. 샴페인을 잘못 터뜨렸으니 이제는 추스려야 할 때다. 노동법도 좋고, 실명제도 좋고, 종합과세도 좋고, 부자를 욕뵈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정책일는지 모르겠으나 그러나 젊은이와 기업과 돈까지도 나라를 등지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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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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