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외국기업 CEO의 역할

앨런팀블릭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앨런팀블릭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어떤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에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자. 그는 그 나라의 상대적인 매력도, 과거의 투자 수익률, 기타 위험 요소 등 많은 대안들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저울질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불가피하게 감정적이거나 감각적인 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것은 우연히 최근에 본 TV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고, 그 나라에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동료가 들려준 극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며, 그 나라의 과거와 연관된 주관적인 이미지일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는 한국전쟁의 이미지, 학생과 노동자의 과격한 시위 모습, 국회에서의 소동,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 등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외국계 기업 한국 지사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지사장은 그 나라의 사업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역할 이외에도 다국적 기업 사회에서 유일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그 나라의 대변자 역할을 하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10년 이상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국내외 언론에 의해 부각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로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제기된 ‘특별 대우 요구’가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에 끼친 손상이다. 즉 한국의 독특하고 특수한 상황 때문에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규칙이나 법률ㆍ관습 등은 적용 될 수 없으며 특수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기업 지배 구조와 관련해서 위와 같은 주장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영미식 기준은 한국에 적용될 수 없으며 그 대안으로 한국만의 특수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스스로가 정실 자본주의라고 비난하던 바로 그 기준을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영국인임에 틀림없으나 유교를 비롯해 한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철학은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과 한국인이든 아니든 인간의 본성은 같다는 것을 알 만큼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 아무리 독재적인 왕의 치하에서도 불법정치ㆍ정실주의 등으로 왕을 고소할 수 있었으니 지금 새롭게 등장한 반서구적 로비활동은 결코 한국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나라는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은둔의 왕국을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 사람들을 뺀다면 한국만큼 독특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 같은 면에서 한국에 생산시설을 더 짓고 고용을 늘리며 새로운 기술을 들여오기를 본사에 요청하면서 한편으로는 ‘서구식 자본주의는 한국에 맞지 않는다’ 라는 주장이 의미하는 바를 본사 회장에게 설명해야만 하는 외국기업의 한국 지사장들에게 한국 사람들이 보다 따뜻한 시선을 보냈으면 한다. 현재 한국은 일부러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하지 않아도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알리는 데 충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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