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무원 무능은 무죄?

김성호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뭘 수사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까지 들은 ‘바다이야기’ 수사가 23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8월2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마약ㆍ조직범죄조사부를 중심으로 검사 18명 등 100여명의 수사인력이 투입돼 19개 상품권지정발행 업체와 게임 및 상품권 관련 협회나 단체, 유관기관, 문화관광부, 심지어 이들 업체에 기생하는 폭력조직까지 샅샅이 뒤진 지 6개월여 만이다. 이 기간 동안 45명이 구속기소됐고 108명이 불구속기소되는 등 153명이 사법처리됐다. 사법처리된 인사는 문화부 국장 등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 정치권 인사, 게임ㆍ상품권 업체 대표 및 임원, 관련 이익단체 회장, 조직폭력배,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 등 각양각색이다. 사행성 게임기를 개발해 판매하고 경품용 상품권을 찍어내 단숨에 큰돈을 만졌던 업자들, 게임 심의나 상품권 인증ㆍ지정 등에 손을 써주고 금품을 받아 챙긴 공무원이나 정치권 인사들, 상품권 총판을 운영하며 한탕을 노렸던 조폭 등이 줄줄이 걸렸다. “대어는 없어도 풍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모면에서는 과거 어떤 수사 못지않았다는 게 검찰의 평가다. 하지만 사행성 게임으로 온 나라가 도박판이 될 때까지 수수방관하거나 문제점을 알고서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했던 문화부 장ㆍ차관 등 공무원들은 면죄부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 공직자에 대해 감사원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받아 조사를 했지만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해명만 듣고 되돌려보내야 했다. 법적으로 뚜렷한 혐의가 없어서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무원 무능은 무죄”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왔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문화부 장관이 차례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사태를 초래하고도 책임지는 공직자들이 전무하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사행성 게임시장이 엄청난 이권이 쏠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주도하거나 배후 조종 세력을 밝히지 못해 총체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수사”가 돼버린 것도 안타깝다.

관련기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