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 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연일 언론에는 AI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언론에서 AI에 감염된 닭을 폐기처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인체감염 가능성을 예고하자 국민들은 또다시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 닭고기와 오리고기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 AI가 처음 발생했을 때 AI에 관한 기사는 전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로 다뤄졌고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TV를 통해 닭을 도살하는 과정이 반복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AI=닭고기=먹으면 죽는다’는 이상한 등식이 각인됐다. AI에 대한 기사는 한결같이 비관적이고 부정적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AI에 대한 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곧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먹는 것이 치명적이라는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공포로 당시 치킨업계의 전체 매출이 평균 90% 이상 떨어져 한 달 반 동안 8,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AI는 호흡기성 질병으로 먹는 음식을 통해서는 감염이 불가능하다. 또한 AI에 걸린 닭은 감염된 지 1~2일 이내에 죽고, 죽은 닭은 즉시 혈액이 응고돼 털이 뽑히지 않고 방혈이 되지 않아 도계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AI에 걸린 닭과 오리가 유통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AI는 감기보다 전염 확률이 낮은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후진국형 조류질병이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사육사ㆍ수의사ㆍ조류학자 등이 살아 있는 조류를 먹어서 AI에 감염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4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봐도 AI는 더 이상 인간의 질병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는 AI의 인체감염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발생하지도 않을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시나리오화해 예측을 발표하고 있다.
전세계 60억 인구 중 매년 1억명 정도가 질병으로 죽고 있으며 교통사고나 담배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6천만명임을 감안한다면 AI 환자는 10년 동안 연평균 20여명도 채 안 돼 AI 감염은 질병이라고 볼 수도 없는 극히 드문 ‘사고’로 사람한테 위험성이 전혀 없는 과장된 질병이다.
AI에 관련한 잘못된 정보 및 여론의 확산은 마치 국내에서 감염된 환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듯한 위험천만한 사고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소비자들의 공포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AI 사건도 살처분 비용 50억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부풀려 잘못된 억측과 무책임한 예측 발표로 국민에게 엄청난 공포를 조성하고 관련 산업에 3,00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피해를 촉발하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국가에서 AI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시행해 AI가 발생해도 소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방역은 방역대로 철저히 진행하되 AI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사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AI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시중에 유통된 닭고기는 100% 깨끗하고 안전해 먹어서는 절대로 AI에 감염되지 않는다. 막연한 공포감에서 벗어나 건강에 좋은 닭고기를 안심하고 마음껏 소비하는 것이 국가경제도 살리고 건전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