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보조금 폭탄이 터질 줄 알았는데 잠잠하네요."
24일 서울 용산구 일대의 한 휴대폰 판매점 직원은 "이동통신 3사가 서로 눈치싸움 중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 보조금 관련 제재 이후 휴대폰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이통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전 주말 대비 36% 적은 5만8,000여건에 불과했다.
방통위 제재 탓인지 현재 이통 3사 대리점은 물론 판매점들도 방통위의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정찰가격 95만4,800원짜리 갤럭시S4에 2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72만4,800원에 판매했다. KT에서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하는 방식에 롱텀에볼루션(LTE) 무한자유69요금제를 사용했을 경우다. 판매점 직원은 "남은 약정의 위약금까지 모두 지원해도 27만원(방통위 가이드라인)을 넘길 수 없다"며 "증권가 특가판매 상품이라 이 정도고 다른 대리점의 보조금은 더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의 또 다른 판매점 직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27만원 상한선까지 보조금을 지급해주고 추가로 13만원 정도를 다음달 요금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추가 보조금을 제공했었는데 오늘 이통사에서 금지 명령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통사와 직접적인 판매구조로 연결된 대리점의 경우 보조금이 더 낮았다. 대리점의 경우 판매점과 같은 조건의 갤럭시S4에 15~2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반면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음성적인 보조금 지급은 방통위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활발하다. 치고 빠지기 식의 '스팟' 영업을 통해 갤S4, 옵티머스G프로, 베가아이언 등 최신 휴대폰에 30~50만원대의 보조금을 주는 상황이다. 주로 심야 시간대에 휴대폰 판매 전용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거래는 쪽지와 문자로 진행해 오프라인과 달리 제재가 쉽지 않다. 전영만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온라인 거래도 방통위 조사대상에 포함된다"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거래 모두 이통사의 전산시스템을 거쳐 개통이 되기 때문에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거래에는 제제가 가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보조금 자제 분위기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KT의 영업정지 기간을 전후로 보조금 경쟁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복수의 판매점 직원은 "KT가 영업정지를 시작하는 이달 말 직전에 보조금이 확 풀릴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 직원은 "연락처를 남기면 그 시기에 문자로 알려주겠다"며 "다만 그때도 27만원 이상은 힘들 것으로 보여 나머지 보조금은 현금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드릴 것 같다"고 전했다.
2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일대 이통사 판매점에는 보조금 경쟁이 누그러진 탓인 지 고객들의 발길이 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