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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4.0 새 성장동력 찾아라] <3> 성과 잇따른 한국형신도시 수출

송도 통째로 옮기고… 디벨로퍼로 나서고… 새 블루오션 개척<br>포스코 마스터플랜 세워 베트남 스플랜도라 건설<br>대우도 '스타레이크' 시행 참여해 토지매각 수익<br>플랜트보다 출혈경쟁 덜해 신사업 모델로 주목

풍부한 신도시 개발 경험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요인이다.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스플랜도라 신도시 내 테라스하우스 단지 전경. /사진제공=포스코건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40분 정도 달리자 고속도로 오른편으로 한국의 아파트와 유럽풍의 고급빌라가 혼합된 엄청난 규모의 주거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스코건설이 수행하고 있는 스플랜도라 신도시 사업장이다.

스플랜도라 신도시 사업은 부지면적 264만㎡에 달하는 베트남 하노이 안카인 지역에 총 38억달러를 투입해 오는 2020년까지 5단계에 걸쳐 주거ㆍ상업시설 등을 짓는 자립형 신도시 개발사업이다.


지난 2006년 포스코건설과 베트남 현지 3위 건설업체인 비나코넥스가 50대50의 지분투자로 투자법인인 '안카잉JVC'를 설립한 후 2008년부터 베트남 하떠이성으로부터 사업부지를 50년간 임대해 단계별 개발수익을 올리기로 한 프로젝트다.

현장은 2009년 착공한 1단계 사업의 준공을 앞두고 단지 내 운하와 조경공사가 한창이었다. 1단계 사업으로 아파트 496가구와 빌라 및 현지형 연립주택인 테라스하우스 553가구 등 총 1,049가구가 들어선다. 현재 빌라와 테라스하우스는 100% 분양이 완료된 상태며 아파트 역시 90% 가까이 팔린 상태다.

박희도 포스코건설 현장소장은 "현재 베트남 부동산 경기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빌라와 테라스하우스의 분양이 완료된 것은 고무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플랜트 중심의 해외 건설사업이 한계에 부딪히자 국내 건설사들이 신도시 수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수도권 대형 신도시 개발 경험으로 이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신도시 개발은 중동 플랜트 시장과 같은 출혈경쟁이 덜한데다 공기지연과 같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리스크도 없어 해외 건설 부문 사업 다각화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 송도신도시를 베트남으로 옮기다=베트남 스플랜도라 신도시 사업은 포스코건설이 미국 게일사와 손잡고 진행 중인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포스코건설은 스플랜도라 신도시 1단계 사업의 추진을 위해 현지업체인 비나코넥스와 각각 1,100억원을 투자했다. 1단계 사업을 통해 올린 분양수익금으로 2020년까지 단계별로 중앙호수공원과 녹지공간ㆍ상업시설들을 조성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 송도 개발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것은 신도시 전체의 마스터플랜을 포스코건설이 수립했다는 점. 시행사인 안카잉JVC의 박재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행사의 한국법인장이 2003년 송도국제업무단지 마스터플랜 수립 당시 참여한 바 있다"며 "이주ㆍ보상, 민원 등과 같이 각 사업단계마다 부딪치는 문제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매머드급 신도시를 개발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건설의 국내 신도시 개발 경험 때문에 스플랜도라 신도시 사업은 베트남의 다른 신도시 개발사업보다 진척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2008년 사업부지의 토지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불과 1년5개월 만에 1단계 사업의 이주 및 보상을 완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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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사업수행능력을 인정받아 미얀마 부대통령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신도시 벤치마킹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국내 업체의 신도시 추가 수출 가능성을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

◇직접 디벨로퍼로 나선 대우건설=대우건설이 하노이 서호(西湖)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는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사업은 기존 신도시의 개발모형을 뛰어넘은 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은 2022년 12월까지 여의도 면적 3분의2에 달하는 207만6,000㎡에 공공ㆍ문화ㆍ주거ㆍ상업ㆍ오피스 등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이 100% 지분을 갖고 하노이 THT법인을 설립해 직접 시행사로 참여, 신도시 개발모델을 수립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를 위해 1단계 사업비로 9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했고 올 3ㆍ4분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2억달러를 추가로 투자 받을 예정이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대우건설이 단순 시공이 아니라 시행자로 참여해 직접 토지매각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권상 베트남THT법인장은 "시공을 해서 분양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토지매각을 통해 올리는 수익이 더 크다"며 "1차 목표는 토지를 매각해 수익을 올리고 둘째는 시공권을 따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수행하고 있는 신도시 건설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화건설이 중동 이라크에서 분당 신도시급 규모로 짓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사업비가 80억달러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사업 수주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한화건설은 내년 1월 본격 착공에 들어가 매년 2만가구씩 5년간 10만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 위해 정부 노력 절실=물론 신도시 개발사업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기간이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달해 시공기간을 포함한 몇 년 내 분양을 완료하고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국내 건축현장보다 잠재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계별로 사업이 이뤄지지만 1단계 사업에서 분양이 제대로 안 되면 자체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 때문에 사업 초기단계에서 정부 차원에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주고 수익성이 확실한 곳에만 국내 건설사들이 선별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신도시 개발사업은 민간 건설업체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가 어려운 시장"이라며 "도시계획이나 국토계획 등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내 공기업이 참여하고 이후 건설사들이 선별적으로 진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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