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1(월) 18:00
세계해운업계가 사상 초유의 「빅뱅시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판도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정기선 해운업계가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대규모의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시장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선사들에게 적(敵)과 동지(同志)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고 어제의 제휴기업이 오늘은 경쟁상대가 되고 있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도 있고 등을 돌려 적이 되기도 한다.
해운업계의 이같은 새로운 모습은 주요선사들이 90년대초 짧은 호황을 맞아 경쟁적으로 대형 신조선을 투입한 것이 선복과잉과 치열한 집하경쟁을 유발, 주요항로에서 운임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해운국 등의 독점금지법 폐지 등으로 자유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점도 선사들의 「헤쳐 모여」를 가열시키는 원인이다.
해운회사들은 이같은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장기적인 생존및 성장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97년부터 시작된 메가 캐리어의 인수·합병을 계기로 해운동맹이 재편되면서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업계의 세력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해운질서는 그랜드 얼라이언스, 뉴월드 얼라이언스, 유나이티드 얼라이언스와 머스크·시랜드 그룹, 코스코·K-라인·양밍라인 등 「빅5」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빅5는 세계를 동서로 잇는 기간항로 전체 화물의 65%를 수송하는 등 세계 해운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이같은 해운빅뱅에 장보고의 후예인 우리 해운기업들도 주역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초 뉴월드 얼라이언스에 현대상선이 가입한 것을 비롯 한진해운과 조양상선은 지난해 9월 우리선사를 중심으로 유나이티드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등 세계 3대 얼라이언스에 국내 컨테이너 3사가 모두 자리를 잡았다.
◇전략적 제휴 왜 하나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는 항로를 정하고 선박을 배치해 일정한 시간에 항로를 운항하는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개의 선사가 전세계에 항로를 개설하고 선박을 투입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선박투입 비용도 많이 들지만 자칫 선박과잉으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우려가 높기 때문. 따라서 80~90년대 초반까지는 특정항로에 강점이 있는 선사끼리 선박의 일부공간을 빌려 영업만 자체적으로 하는 공동운항을 활발하게 펼쳐 왔으며 최근 들어서는 특정항로에 국한되는 공동운항 수준을 넘어 전세계에서 3개 이상의 대형선사들이 제휴해 글로벌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전략적 제휴가 시도되고 있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업들은 최소한의 투자로 투자위험도를 줄이면서 최대의 이익을 실현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해운기업들은 종전과 똑같은 선박을 가지고도 항로가 대폭 늘어나고 서비스의 질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또 단독운항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에도 서비스를 할 수 있고 물동량이 많은 주요항만은 단독으로 운항할 때보다 기항 횟수가 늘어난다. 특히 물동량이 많은 주요 구간들은 중간 경유없이 직항으로 연결, 수송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다.
전략적 제휴를 맺은 선사끼리는 항만의 전용 터미널이나 각종 장비들도 공동으로 사용하고 영업과 관련된 정보도 교환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을 유지, 서로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개별기업이 기존의 선박과 항로를 가지고도 더 넓은 지역과 더 많은 항만으로 더욱 빠르게 서비스하고 서비스 품질도 우수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략적 제휴그룹 어떤 것들이 있나
세계 해운업계는 뉴월드 얼라이언스와 유나이티드 얼라이언스, 그랜드 얼라이언스, 머스크·시랜드, 코스코·K-라인·양밍라인 등 5개 제휴그룹이 빅5로 분류된다.
뉴월드 얼라이언스는 지난 2월초 출범했으며 우리나라의 현대상선과 미국의 APL, 일본의 MOL 등 3개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그룹은 94척(선복량 34만5,000TEU)의 컨테이너선으로 주요항로에 14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뉴월드 얼라이언스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그랜드 얼라이언스.
그랜드 얼라이언스는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 홍콩의 OOCL, 말레이시아의 MISC, 네덜란드의 P&OCL네들로이드 등 5개사가 91척(35만5,250TEU)으로 10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얼라이언스는 우리나라의 한진해운과 한진해운의 자회사인 독일의 DSR-세나토, 우리나라의 조양상선, 아랍의 UASC(중동 5개국 출자회사) 등 4개사가 속해 있으며 96척(33만400TEU)으로 10개 노선을 커버하고 있다. 이 그룹의 탄생으로 한진해운은 한국선사로는 유일하게 세계적인 제휴그룹의 리더로 부상,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국제적인 역할과 위상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덴마크의 머스크사와 미국의 시랜드가 제휴한 머스크-시랜드 그룹은 69척(26만4,500TEU)으로 9개 노선, 코스코·K-라인·양밍라인은 중국의 코스코, 일본의 K-Line, 대만의 양밍라인 등 3사가 멤버로 62척 20만2,500TEU의 선복량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5개 전략적 제휴 그룹은 세계 주요 기간항로에서 선복교환 뿐만아니라 터미널 공동사용 등 다각적인 협력을 하고 있어 해운운임 결정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 북미를 기점으로 하는 컨테이너 수출입 수송실적은 1,346만7,135TEU(97년 기준)로 이중 65% 이상을 이들 빅5가 담당하고 있다.
머스크·시랜드 그룹이 18.1%로 가장 많으며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뉴월드 얼라이언스가 15.1%, 그랜드 얼라이언스가 12.0%, 코스코·K-라인·양밍라인 그룹이 10.9%, 유나이 티드 얼라이언스가 10.0%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이들 5대 그룹이 수송권을 쥐고 있다.
해운업계는 지난 2~3년간 계속된 해운빅뱅의 결과로 새롭게 부상한 빅5가 21세기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간항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선항로에서 소형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면서 화주들에 대한 서비스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채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