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남아시아 주민 괴롭히는 '쓰나미 유령'

사상 최악의 지진.해일에서 살아남은 남아시아 해안지역 주민들이 이번엔 시도때도 없이 출몰하는 `쓰나미 유령'에 시달리고 있어 혼령을 달래기 위한 크고 작은 의식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령을 보았다거나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물론 귀신이 씌였다는 사람들에 관한 소문은 나라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떠돌고 있다.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의 크루엥도이 강변지역 주민들은 매일 밤 물 속에서 "사람 살려!"라는 비명 소리가 들려 온다고 말한다. 이 강에서는 수천구의 익사체가 인양됐다. 앞에 가던 사람이 홀연 눈 앞에서 사라졌다는 종류의 이야기는 흔하다. 5천300명의 사망자와 3천여명의 실종자를 낸 태국에서 해안 주민들은 아예 바닷가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한다. 태국 고유의 3륜 택시 툭툭을 모는 위왓 사쿨디라는 한 운전사는 다른 운전사로부터 "10명을 태우고 출발했는데 카타 해변에 도착해서 내린 사람은 둘 뿐이어서 기겁을 하고 달아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푸껫의 택시 운전사들은 밤에 운전하기를꺼리며 바닷가로 가는 손님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태국 사람들은 귀신을 그다지 나쁜 존재로 여기지 않지만 귀신이 죽음을 연상케하고 비명횡사한 귀신이 자칫 악운을 가져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떠도는 혼령들을 달래는 불교 의식을 베풀고 있다. 향을 사르고 기도를 올리는 간소한 의식에서부터 중국식으로 돈과 옷 등 내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바치는 거창한 행사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형식도 다양하다. 수만명이 숨진 스리랑카의 동부 칼무나이 마을 사람들도 매일 밤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고 있다. 가톨릭 사제인 클레멘트 아나다스는 "바다 쪽으로 갈수록 비명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한다"며 기독교인들이 귀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진혼 미사가 여러 차례 열렸다고 밝혔다. 불교 승려 마와랄레 바디예도 최근 한 절에서 잠자던 여신도가 잠결에 숨진 이웃이 자기를 물 속으로 잡아 끄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쓰나미로 인해 입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태국 관광지 주민들 중에서는 귀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여러 종교를 가진 관광객들 때문에 혼령을 달래는 종교 의식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푸껫의 한 작은 백화점 건물 주인은 지하 슈퍼마켓에서 33구의 시체가 수거된후 이웃의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고 손님을 다시 끌기 위해 무려 50명의 승려를 초빙,성대한 진혼행사를 벌였다. 태국 보건부 정신건강국의 타베실프 위사누요틴 박사는 자연재해가 일어난 뒤에는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유령에 관한 소문이 떠돌기 마련이라면서 엄청난 충격을 겪은 사람들은 "나뭇잎 하나만 떨어져도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쓰나미 생존자들에게는 승려나 무당들을 동원해 진혼행사를 갖는 것이 "훌륭한 치료방법이며 이것은 우리 문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푸껫<태국>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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