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 퍼주기 이제 그만” 日 엔차관 매년 삭감

일본 정부는 이 달 말까지 결정할 예정인 2003년도분 대 중국 엔화 차관 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적은 970억엔 규모로 삭감할 방침이다.일본의 대중국 경제협력의 상징인 엔차관은 1980년대부터 증가일로를 걸어 2000년에 2,144억엔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이 눈부신 고도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장기불황으로 일본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면서 2001년 2,143억 엔으로 줄어든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도 분이 970억엔으로 결정되면 14년만에 1,000억엔을 밑도는 액수가 된다. 중국은 다른 엔차관 수혜국과는 달리 그동안 연체없이 원리금상환도 잘 해왔다. 2003년도는 처음으로 상환액이 공여액 보다 많아진 1,000억엔을 넘을 전망이다. 중국은 서부대개발 등 내륙의 인프라 정비를 위해 여전히 엔차관의 확대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제 중국은 원조는 졸업할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재정적자로 일본의 정부개발원조(ODA) 예산 전체가 축소된 데다 최근 중국기업은 투자여력이 생겨 일본 기업에 대한 인수ㆍ합병(M&A)까지 이루어질 정도다. 특히 중국이 유인우주비행에 성공하고 지난 6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보다 11.6%나 증액키로 결정한 것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는 “중국 퍼주기”를 그만둘 때가 됐다는 의견이 커졌다. 중국인에 대한 비자문제에서도 일본 정부는 불법체류ㆍ취업, 외국인범죄 증가의 온상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반면에 IT(정보통신) 기술자에 대한 비자발급 기준은 대폭 완화하고, 일본으로의 수학여행단에 대한 비자 수수료는 면제할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 8일 한중일 3국간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일본의 정부ㆍ산업계ㆍ전문가 비공식 공동연구회가 첫 모임을 가졌던 데서 나타나듯 한국과 협력하는 민간 중심 투자 관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중일 우호를 위한 일방적인 중국 우대정책이 점차 대등한 협력관계를 위한 호혜주의로 바뀌는 추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일본의 엔차관 공여액은 인도가 1,200억엔으로 1위, 인도네시아가 1,046억엔으로 2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천연가스와 목재 등 원자재를 크게 의존하고 있는 특수 관계이다. 인도에 대한 엔차관 증가는 신흥시장국가의 개발붐이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가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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