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승유 회장 "5년간 착실히 준비…경영 시너지 일굴것"

외환銀인수 계약하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br>실사이후 영업현황 꾸준히 파악<br>노조 '졸속 인수' 주장 말도 안돼<br>각각 독립 법인으로 두고 영업 특화<br>미즈호그룹 합병 사례 방식도 검토


"이번 외환은행 인수는 5년간 꾸준히 준비한 것입니다." 김승유(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이사회로부터 외환은행 인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받은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준비를 착실하고 꾸준히 해온 만큼 경영시너지를 내는 것도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나지주가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외환은행을 인수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지난 2006년부터 외환은행을 실사해 이후에도 꾸준히 영업현황을 파악해왔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졸속 인수' 주장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실사는 거의 다한 상태며 외환은행의 경영현황에 대해 우리가 확보한 자료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작업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밀실협상을 했다는 금융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인수 협상에 실패한 지 불과 48시간 만에) 메릴린치를 깜짝 인수했는데 미국 투자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느냐"고 반문했다. "기업을 인수할 때 협상을 공개적으로 하라는 것은 인수합병(M&A)의 방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M&A 대상을 우리금융지주에서 갑자기 외환은행으로 돌린 배경에 대해 김 회장은 "애초부터 (외환과 우리지주를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을 세웠는데 둘 중 어느 것을 더 빨리 M&A할 수 있을지를 놓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지주의 경우 내년 3월까지 M&A 협상을 해서 계약을 마치면 내년 6월에나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것인데 그나마도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것. 그에 비해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론스타가 이번에 지분을 털고 나가면 인수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우리지주 대신 외환은행을 택했다는 게 김 회장의 이야기다. 김 회장의 최우선 관심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조기에 경영시너지를 내는 데 있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사들이는 데 약 4조6,500억~4조7,500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자되는 만큼 그 이상의 수익을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김 회장도 이 가격에 대해서는 "거래라는 것은 항상 파는 사람은 싸다고 생각하는 반면 사는 사람은 비싸다고 생각하고 것"이라며 다소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정말 최선을 다한 가격"이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사실 신한은행도 한때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위험자산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분석해 인수 작업을 포기했다는 게 신한지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신한이 외환은행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과거 외환은행의 자산 중 현대그룹의 비중이 큰 것이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내부 현황을 들여다 보니 하나은행 못지 않게 자산이 우량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론스타가 애초부터 외환은행을 되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7년간 무리하게 위험한 대출 영업을 하는 것을 자제시켜왔다"며 "그래서 자산의 규모가 오히려 늘지 않은 것이 문제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에 쏠려 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방침을 어느 정도 세우 놓았지만 다른 대안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 컨설팅 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대안에 대해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방식도 있을 수 있지만 미즈호그룹의 방식도 가능하다"며 "모든 가능한 사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그룹은 2000년 3개 현지 은행(다이치간교ㆍ일본흥업ㆍ후지)이 지주사(미즈호홀딩스)를 별도로 세운 뒤 주요 자회사들을 분할 합병해 세운 금융사다. 미즈호는 특히 지주사 산하에 2개 은행을 독립 법인으로 두고 있는데 개인고객 및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을 삼는 소매금융 전문의 미즈호은행과 대기업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이 그것이다. 김 회장이 미즈호그룹 사례를 거론 한 것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에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각각의 간판을 유지한 채 서로 특화된 영업을 하는 별도의 은행으로 유지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 등의 강점을 주무기로 삼아 소매금융 분야에 특화돼 있다. 반면 외환은행은 22곳에 달하는 지점망과 과거 국책은행 시절부터 훈련된 외환금융 노하우 덕분에 중견ㆍ대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물론 김 회장은 과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처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방식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최종 결정은 외부 컨설팅 결과와 하나ㆍ외환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 및 임직원들의 지지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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