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오랫동안 한약재로 사용돼 온 `오배자(五倍子)'에서 새로운 항암물질을 발견, 국제학술지에 보고했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BK21 종양연구팀 김성훈 교수팀은 그동안 한방에서 혈전치료에 주로 활용돼 온 `오배자'에서 새로운 항암물질(PGG.pento-O-galloyl beta-D-glucose)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PGG'라는 물질 이름은 첫 발견자인 김 교수가 붙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했으며 논문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발행하는 암 발생 연구분야 권위지 `발암(Carcinogenesis)'에 게재했다.
오배자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붉나무 잎사귀에 진드기가 기생하면서 변성된 `벌레집'을 말한다.
진드기 잎사귀에 기생하는 과정에서 색깔이 녹색에서 황갈색으로 변하는 이 벌레집 속에는 죽은 진드기와 진드기의 배설물들이 얽혀 있으며 떫은 맛을 내는 `타닌'성분이 들어있다.
오배자는 한방에서 주로 출혈이나 종양을 억제하는데 사용돼 왔다.
연구팀은 이번에 추출한 `PGG' 성분과 그동안 암환자들에게 사용돼 온 항암제 `NS398'의 효능을 비교한 결과 PGG 1 마이크로몰(μmol)이 NS398 10 마이크로몰과 비슷한 혈관생성 억제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PGG' 성분은 암환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염증관련 효소 `콕스-2'를 억제하는 효과에서도 NS398에 비해 10배 가량 높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폐암을 발생시킨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는 PGG 4mg과 20mg을 각각 투여하자 종양크기가 각각 57%, 91% 가량 줄어들면서도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김 교수는 "PGG의 항암효과가 혈관형성 및 콕스-2의 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 조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면서 "이 물질이 항암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돼 현재 미국의 미네소타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