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일본 회사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나 인터넷에 비해 생산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사실 지금의 일본을 만들어 낸 주역은 제조업이다. 처음에는 모방부터 시작했지만 독창적인 기능과 뛰어난 디자인을 바탕으로 「메이드 인 재팬」은 세계 제일이라는 인상을 세계 사람들에게 심어 주었다.
그러나 과거의 경쟁력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다. 일본의 기술 개발 속도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후발 주자들이 일본을 쫓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점점 신상품 개발에 드는 연구비가 올라가고, 설령 돈을 많이 들여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일본의 전자 회사들은 최근 몇 년동안 많은 적자를 냈고, 이제 결단의 기로에 서 있다.
세가는 그 시작일 뿐이다. 모든 회사가 세가처럼 극단적인 방향 수정을 하지 않을진 모르지만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정책 변환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회사도 있다. 바로 소니가 대표적인 예다.
소니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때 수량을 한정시킨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그 이상은 생산하지 않는다. 수개월 뒤 새로운 모델을 다시 수량을 한정시켜 판매한다. 신상품을 개발할 때 기획·연구·생산은 모두 1년 안에 끝나도록 한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개발에 시간이 걸리면 포기한다.
내가 소니 상품을 사용하면서 알게 된 소니의 정책이 있다. 소니 제품을 한가지 사면, 다른 제품도 소니를 사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자적인 기억매체인 「메모리 스틱」을 노트북PC 뿐 아니라 디지탈 카메라, 전자수첩 심지어는 세계 최초의 개인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보까지 채용한다. 그 제품의 기능을 충분히 사용하기 위해서 다른 제품도 소니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도시바·샤프·NEC·히다치 등 다른 일본 전자 회사들이 앞으로 어떤 정책으로 회사를 새롭게 이끌어 갈 지, 잔인한 말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이다. /이주호(하이텔통신원·동경대 연구원) LEEJOOHO@VSS.IIS.U-TOKYO.AC.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