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전 만들며 달랬어요"

46년전 생이별 북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


첫 韓-루마니아어 사전 집필 미르초유씨

“남편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를 배웠고 사전을 만들어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고자 했어요.” 46년 전 생이별한 북한 남편을 그리워하던 루마니아인 조르제타 미르초유(74ㆍ사진) 할머니가 한국어-루마니아어 사전을 펴낸다. 이문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11일 “미르초유 할머니가 한국어-루마니아어 사전을 집필하고 있다”며 “미르초유 할머니의 원고 초본을 계속 교정,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루마니아어-한국어 사전은 현재 있지만 한국어-루마니아어 사전은 미르초유 할머니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처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교정과 감수 작업에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발간 일자를 확실히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남편 조정호씨를 지난 1952년에 만났다. 북한 정부가 전쟁고아 3,000명을 루마니아에 위탁교육시킬 때 조씨가 이들을 인솔하고 온 것. 이들은 양측 당국의 허가 아래 1957년 결혼했다. 이후 두 사람은 1959년 북한의 고아 송환작업에 따라 함께 평양으로 갔다. 그러나 미르초유 할머니는 1962년 한살반 된 딸 미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루마니아로 나왔다가 남편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북한이 비자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소식을 전해주던 편지도 1967년 끊겼고 북한 당국은 미르초유 할머니가 평양 방문 비자를 신청할 때마다 ‘조정호씨가 실종됐다, 죽었다’며 번번이 발급을 거부했다. 이러한 사연은 4년 전 국내에도 소개됐었다. 이 교수는 “1997년 루마니아 국립 부카레스트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할 때 미르초유 할머니가 청강생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 할머니가 루마니아어 사전을 집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5만~7만단어가 실릴 것으로 보이며 현재 번역작업이 70~80% 정도 완성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미르초유 할머니는 부카레스트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한국어를 루마니아어로 풀어 쓰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이 교수가 수시로 그 결과물을 교정하고 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번역 일을 해 눈이 나빠지고 건강도 안 좋아졌지만 남편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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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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