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공유통으로 판로개척 모델 찾아야-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소비심리가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을 기록해 지난해 초까지 유지했던 108~109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경제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판매 부진은 재고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은 자금운용과 조달에 영향을 미쳐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판로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초기 시장진입이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유통채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유통산업에도 시장실패가 존재한다. 수직적 거래관계인 제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는 납품단가 부당인하와 내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관행이 자리 잡고 있어 시장거래를 위축시킨다.


유통산업의 시장실패는 수평적 경쟁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과열경쟁이 나타난다. 또 대마필승의 경쟁논리가 적용돼 막강한 구매력을 지닌 대형업체가 상권을 독과점하기도 한다. 유통산업을 갈등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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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통산업 생태계의 악순환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과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공공유통이 필요하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제7 홈쇼핑 설립과 중소기업 공동 물류서비스 지원, 사후관리(AS)망 구축 등과 같은 제도적인 정책수립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최근 현대백화점·전자랜드 같은 대형 유통기업과 업무협약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대형 유통망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31개 지역본지부에서 우수 상품을 발굴하고 정책자금과 연구개발(R&D)·컨설팅을 연계 지원함으로써 자생력을 강화하는 한편 테스트 매장 입점을 통해 대형 유통망으로 진출할 수 있는 도약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을 찾아 방송에 나갈 수 있게 하는 전국노래자랑처럼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해서 실력을 검증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방송에 나가는 것이 민간유통이라면 전국노래자랑은 공공유통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유통은 민간유통과 경쟁하지 않는다. 공공유통은 영세 소기업에 유통채널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고유 기능이 있는 것이다. 방송에 나가는데 노래만 잘 부르고 춤을 못 춘다면 부족한 부분은 기획사에서 지원해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기획사 역할은 중진공이 맡을 것이다. 그래서 대형 유통업체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인력양성을 지원해 지역 스타와 국내 스타를 만들고 나아가 글로벌 스타를 배출할 계획이다.

바둑에서 완생을 만들기 위해 2개의 집이 필요하다. 과거 중소기업이 완생으로 가기 위해서 자금과 기술이라는 집이 필요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유통과 글로벌화다. 유통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자생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공공유통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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