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경상수지 적자와 무역

지난 상반기 중 경상수지가 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나타내는 무역수지나 한 나라의 외환거래 실적을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경상수지는 흑자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적자를 나타낼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일시적으로 ‘적자냐 흑자냐’라는 그 자체보다는 내용면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냐 또는 여건이 호전되면 반전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상반기 외환 성적표는 그렇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수출은 비교적 견실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ㆍ휴대폰ㆍ반도체 등은 아직도 건재하다. 특히 고기술로 만들어지는 LNG선박의 경우 세계 발주량의 80% 이상을 수주하고 있다. 수입이 급증한 것도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특이한 상황에 따른 것이다. 기계류와 부품ㆍ소재 산업이 수출을 이끌면서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상반기 중에는 외국인투자 기업의 대외 배당증가에 따른 일시적 지출이 경상수지 적자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작은 수치에도 놀라는 습관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상반기 중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2%나 늘어난 89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관광ㆍ유학ㆍ연수 등 여행수지 적자는 58억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 한해 여행수지 적자는 12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도 지난해에는 667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8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는 지난 95년 사상 처음으로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넘었다. 96년에는 7%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에 가까운 2%의 실업률을 기록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부자나라가 된 듯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우리가 맞이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였다. 당시 2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무너졌고 180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생겨났다. 반면 2004년에는 4.7%의 낮은 경제성장과 3.7%에 이르는 실업률 외에도 36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가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었다. 분명 2004년과 비교할 때 96년은 모든 경제지표가 우수했으며 펀더멘털이 좋은 해였다. 하지만 단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96년에는 무역수지가 206억달러 적자였던 데 반해 2004년에는 294억달러 흑자였다. 결과는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데 비해 2005년에는 세계 4위 외환보유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당시 미국은 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은 대내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이자율을 올렸다. 기업의 투자를 포함한 자금수요가 급감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외에 머물던 달러화가 미국으로 역류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절상됐다. 그 결과 대외불균형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산업은 공동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로는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틈새시장 개척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류와 부품ㆍ소재 산업이 수출증가를 주도하면서 무역흑자의 원천이 되고 있으나 기술개발을 통한 차세대 수출상품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환율과 금리 등 거시지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둘째로 무역외수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다. 매년 1,000만명이 넘은 인구가 골프나 관광ㆍ유학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이제 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그렇다면 질서 있는 여행과 유학이 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예 일본처럼 우리가 자주 다니는 곳에는 호텔과 골프장에 투자해 해외에서 쓴 돈을 환류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내 관광지를 좀 더 개발하고 저렴하게 운영해 해외 수요를 국내로 전환하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와 같이 부존자원이 빈약하면서 개방적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무역에 대해 범국가적 관심을 갖고 무역인의 사기를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각국은 정부와 기업, 기업인과 근로자, 언론과 정치가 합심해 무역을 지원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지역협정을 확대하는 것이나 노사화합도 무역을 늘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 사치스러운 일로 보인다. 일단 국제수지가 고질적인 적자기조로 빠져든다면 이를 반전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해 7,7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이 좋은 예다.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무역증대 분위기를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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