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만금 개발 이제 시작이다

잔상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눈에 강한 자극을 받게 되면 시신경이 극도로 흥분하게 되기 때문에 자극이 없어진 후에도 한동안 망막에는 앞서 본 물체의 형상이 남아 있게 되는데 이것이 잔상 현상이다. 이러한 잔상 현상은 색깔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적색과 녹색을 번갈아 보게 되면 두 색의 잔상이 서로 겹쳐져서 황색의 잔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최종판결로 소모적 논쟁 일단락 장장 4년7개월 동안 경제 개발과 환경 보전이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던 ‘새만금 방조제’사업에 대한 논란이 16일 대법원의 최종 선고로 막을 내렸다. 이미 1심과 2심에서 각기 상반된 선고가 내려져 전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내려진 판결이다. 정부가 승소함에 따라 계획대로 오는 24일부터 4월24일까지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개발 방식에 반대해왔던 시민단체에는 대형 국책사업을 지연시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했다는 비난도 예상이 된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지난 70년대 전세계적 식량 파동과 80년대 초 냉해로 인한 쌀 흉작을 계기로 91년 11월에 착공됐다. 개발 면적만도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며 연간 150만명분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공사이다. 그러나 96년 시화호 오염 사건을 계기로 새만금이 제2의 시화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각계각층에서 많은 반대가 제기됐고 그때마다 사회적인 논란을 초래했다. 수경스님과 문정현 신부님의 갯벌 생명 살리기 3보1배 투쟁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정부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새롭게 갯벌이 만들어져서 갯벌 생태계에 지장이 없고 환경친화적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환경 파괴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조차 의심된다고 주장해왔다. 양측의 주장은 매우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이미 일반인들의 이해 수준을 벗어난 느낌도 든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적색과 녹색을 오랫동안 주시한 것과 같은 잔상 효과를 갖게 됐다. 그 결과 그동안 모든 게 황색으로만 보였다. 그저 귀찮고 어려울 뿐이며 어떤 결과든 빨리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16일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로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부가 최초 계획한 내용대로 공사를 강행하라는 의미도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갯벌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알려준 분들,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서도 모두의 행복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노고가 너무나 크다. 각계 의견 수렴 친환경 개발을 지금까지 정부는 한번 정책을 세우면 계획한 대로 차질 없이 완수하는 것이 지상 명제인 것처럼 인식해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책에는 일관성 못지않게 유연성도 필요하다. 상황이 바뀌면 계획을 수정하고, 사업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이를 계획에 반영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일 뿐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소모적인 논쟁과 감정의 대립을 일단락 짓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각계각층이 제안한 대안과 반대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해 새만금 방조제사업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답을 찾는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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