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11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공기업 민영화 등 국정개혁 과제를 뒤로 미루고 물가안정 등 민생안정대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추진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성장ㆍ물가ㆍ환율 등 전반적인 경제정책 기조를 원점에서 재검토, 이달 중 경제지표 목표치를 수정하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고유가대책을 비롯한 민생정책을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그러나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대운하 건설이나 이해집단의 반발이 예상되는 공기업 민영화 등 개혁과제의 추진시기는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경제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인적으로 최근 우리 경제를 점검했는데 거시지표와 물가ㆍ외채 등이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냈다”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이어 “우리 잠재력으로 감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긴급대책이 필요한 상황인지 봐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조짐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과 정부는 오는 18일 당정협의를 통해 경제점검 방향을 우선 논의하고 긴급대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하면 대책마련 과정에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임 의장은 특히 공기업 민영화 및 대운화 사업과 관련해 “거시경제 점검에 들어가면 공기업 민영화나 대운하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면서 “무엇보다 공기업 민영화 및 대운하 사업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기 때문에 이들 정책을 미루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해 이들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 정책의 완급과 우선순위 조정을 위한 고위 당정협의를 조만간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선 당 대변인은 이날 첫 정례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현재 국가 현안으로 돼 있는 여러 가지 정책에 관해 당정이 모여서 한번 정책운용 시기, 정책의 범위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큰 선에서 결정을 한번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또 “예를 들어 공기업 민영화라든지, 대운하 문제라든지 이런 현안에 관해 너무 여러 경로로 통일되지 않은 의견이 제시되는 것이 지금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기조의 변화는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를 통해 국민과 정부가 생각하는 정책방향에 괴리가 있는 게 확인된 만큼 국정운용 궤도를 수정해 각종 정책의 추진일정을 재조정,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물가안정 등 민생안정대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