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선물시장 개설 10돌] 발자취·과제

하루 20만 계약… 거래량 세계 1위<br>10년새 71배 늘어 '파생상품 주춧돌' 자리매김<br>"대박 아니면 쪽박"… 투기 거래 성행해 '문제' <br>기관들 참여 활성화 위한 신상품등 개발 나서야


지난 96년 5월 개설된 선물시장이 3일 10주년을 맞이한다. 코스피200선물로 거래를 시작한 선물시장은 이름도 개념도 낯설어 하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루 평균 2,000여계약 정도로 간신히 거래를 유지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하루 20만계약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며 세계적인 파생상품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전세계 파생상품거래량 1위를 자랑한다. ‘투기장’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한걸음씩 선진시장을 향해 발전을 지속해온 선물시장 ‘10돌’의 지난 발자취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10년 새 거래량 71배…고속성장의 역사=일평균 거래량 25억9,300계약으로 독보적인 세계 1위. 10년 전 코스피200선물지수 상장으로 막을 연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화려한 현주소다. 국내 최초로 상장된 코스피200선물의 거래량은 10년 사이 71배 가량 늘어났다. 근래 증시 랠리와 옵션시장 팽창으로 선물거래 자체는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코스피200선물은 국내 파생상품의 ‘주춧돌’로 자리매김했다. 선물시장이 오늘날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 발판이 된 것은 바로 IMF 위기였다. 98년 이후 증시폭락의 충격을 상쇄시킨 선물시장이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은 것. 이후 2001년 기본예탁금 축소 등 일반투자자의 시장진입을 유도하는 일련의 제도 개선으로 코스피200선물시장은 일평균 10만계약 시대로 진입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시장 팽창과 함께 96년 당시 100포인트로 시작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4월 말 현재 184포인트로 8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박 아니면 쪽박’…투기거래 인식 여전=이토록 빠르게 국내 선물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거래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다. 초기 3,000만원에 달했던 증거금이 2001년 500만원까지 인하되면서 시장 진입이 쉬워진데다 IMF 이후 ‘큰손’들의 투자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박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 하지만 전문지식 없이 무작정 뛰어든 개인들은 시장에 물려 대규모 손실을 입기 일쑤였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코스피200선물의 개인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03년 개인들이 선물옵션시장에서 날린 돈은 3,60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선물은 ‘건전한 투자’라는 인식보다는 ‘대박 아니면 쪽박’으로 귀결되는 투기거래로 인식돼 증시에 폐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우영호 증권선물거래소 선물시장본부장은 “일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참여로 유동성이 늘어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시장에 참여하는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며 “지금은 개인투자 비중도 40%대로 낮아져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시장의 개인 비중은 2003년 54.29%를 정점으로 하락, 올 3월 말 현재 44.31%를 기록하고 있다. ◇선물상품간 균형발전이 과제=지난 10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물시장은 코스피200선물로만 거래가 집중되고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 참여가 부진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일본 닛케이225선물의 기관투자가 거래 비중이 47.5%에 달한 반면 코스피200선물의 경우 30%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지수선물상품인 코스닥스타선물은 하루 평균 거래량이 500계약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금리ㆍ달러 등 그밖의 선물시장도 거래가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우영호 선물시장본부장은 “국내에 상장된 선물ㆍ옵션상품이 12개이지만 일부 지수상품으로만 거래가 몰려 국채선물과 달러화선물 등은 총거래규모가 5만5,000계약에 그친다”며 “균형된 상품 발전을 위해 농축산물 등 다양한 신상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선물을 활용한 투자전략이 더욱 발전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선물시장 참여가 활성화되고 날씨나 반도체 선물 등 기초자산의 투명성이 확보된 모든 경제적 위험자산을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올 선물시장 어떻게 바뀌나 하반기 현물시스템과 통합·다양한 상품 상장 개설 10주년을 맞이한 선물시장은 또 다른 10년 성장의 발판 마련을 위해 연내 다양한 발전과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일단 지난해 현물거래소와 선물거래소 통합으로 발생한 제도 및 시스템의 이원화가 올 하반기 내 단일화될 예정. 또 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조성자(LP)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거래가 부진한 상품에 대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코스피200선물 외의 모든 상품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미 감독당국과의 협의도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양한 상품도 새로 선보이게 된다. 현재 해외 거래소에는 부동산ㆍ날씨ㆍ석유제품ㆍ온실가스배출권ㆍ플라스틱선물 등 금융선물 외에 다양한 일반상품이 상장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금융상품 일변도에 그나마 거래의 대부분은 코스피200선물에 의존하는 실정.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시장에도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선물상품 상장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상반기 중에 엔화선물과 유로화선물이 상장될 예정인 것을 비롯해 오는 6월에는 시장 대표지수인 KRX100 선물시장, 10월에는 첫 농축산물 선물상품인 돈육 선물시장이 각각 개설되고 연말께에는 석유제품 선물시장도 문을 열 예정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또 개별 주식선물시장도 면밀한 검토를 거쳐 연내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선물상품 다양화를 통해 보다 많은 투자수단을 제공하고 현물시장의 가격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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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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