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현행 순번 의장제를 폐지하고 대신 EU의 대통령과 외무장관직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EU의 헌법 초안 일부가 26일 발표됐다. 헌법 초안은 또 국제문제와 관련해 EU 회원국간 공동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의하는 한편 노동 및 사회 정책 등의 분야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리헌장을 채택할 것을 제의했다. `유럽의 미래에 관한 회의`가 주축이 돼 마련하고 있는 헌법 제정은 EU 운영과 의사결정 방식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초안은 앞으로 수정작업을 거쳐 오는 6월 20~22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에 제출되며 연내 최종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제를 신설하자는 제안의 경우 EU내 인구 소국들은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과 같은 대국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그 동안 반발해 왔다. 그러나 EU 대통령직 신설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EU가 국제무대에서 비중을 가지려면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워왔다. 일부에서는 또 유럽 초국가의 탄생으로 개별 회원국의 주권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2년 6개월 임기의 대통령직 신설이 헌법 초안에 들어감에 따라 초대 대통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 승리로 국제 사회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블레어 총리 자신도 최근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었고, 미국의 후방 지원도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유로화 가입을 계속 미루고 있는 점 등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의 경쟁자로는 쟈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정도가 꼽히고 있다. 외무장관으로는 대부분 회원국들이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을 지지하고 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