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장동력확충에 미흡한 새해 예산안

정부가 어제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169조원 선에서 짜겠다고 밝혔다. 올해 본예산보다 7.7% 늘어난 규모다. 기금까지 포함하면 239조원으로 올해보다 6~7% 늘어난다.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내경기의 하강속도가 예사롭지 않고 내년에도 결코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강화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는 없다. 그러나 새해 예산안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복지와 국방의 예산은 전체의 절반인 87조원으로 올해보다 7%나 늘어났다. 반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예산은 10조원에 그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인 양극화 해소와 자주국방을 위해 복지ㆍ국방예산을 강화하는 것을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장기반을 튼튼히 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복지와 국방이 어렵다는 점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한번 무너진 성장기반을 다시 추스르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복지ㆍ국방 강화와 함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년 세입이 정부 예상대로 이뤄질지도 걱정이다. 정부는 169조원 예산편성의 근거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의 5.0%보다는 못하지만 4.6%는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경제실적이 좋았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구나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세입전망이 좋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세입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올 경우 정부는 추경편성과 국채발행의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새해에는 빚내서 빚 갚고 살림하는 관행이 지속되지 않아야 한다. 올해 말 적자국채의 발행액이 5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도 28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0%수준에 달한다. 국가 빚이 더 이상 늘어나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 임기 말인 내년도 예산만큼은 짜임새 있게 짜고 알뜰하게 썼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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