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9월 9일]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실태와 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3.1%가 '기업의 사회공헌이 다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사회공헌 지원 방식으로 현금 및 현물 직접지원(51.6%)을 가장 선호했다. 이어 임직원 자원봉사(19.3%), 외부기관을 통한 지원(18.1%), 기타(11%) 등의 순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기부 자체가 의미 있었다.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주' 개념이 주목 받으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은 더 이상 일방적인 선행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로 여겨지게 됐다. 이와 관련,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개념이 '재능 기부'다. 재능 기부란 개인이나 기업이 갖고 있는 핵심역량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방식을 일컫는다. 재능 기부는 서구사회의 '프로 보노(Pro bono)'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프로 보노는 '공익을 위해'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에서 나온 말이다. 변호인을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보수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의료 사각지대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듯 개인이나 단체차원에서 머물던 재능 기부가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개인보다 큰 규모와 실행력을 갖춘 기업이 재능 기부의 주체가 될 때 사회적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경영으로 알려져 있는 현대카드가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내에 있는 버스승차대의 디자인을 '아트쉘터'라는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나 딜로이트가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재무 경영 컨설팅을 진행했던 것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금전 기부도 여전히 존경과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금전 기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며 일회에 그치기 쉽다. 반면 재능 기부는 해당 기업의 지식ㆍ전문성을 발현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기부형태다. 사회 환원에 대한 인식이 기업의 '책임과 의무'로 정착된 현 시점에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재능과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재능 기부가 사회공헌의 새로운 전형으로 자리잡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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