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둑] 욱일승천 이세돌‥고개숙인 이창호

세계기왕전 2연승·연패 '명암'최근 우리나라 바둑계의 가장 큰 화제거리는 단연 '불패소년' 이세돌3단의 화려한 비상이다. 한국기원 총재와 이사장 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또 사무총장은 누가 되는지 하는 문제보다도 지난달 제5회 LG배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제1차전에서 이세돌이 이창호에게 거둔 2연승 돌풍의 충격파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불과 18세 어린 나이에 천하의 이창호9단에게 파죽지세로 2연승을 거뒀으니 바둑애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호사가들까지 이러니저러니 입방아를 찧으며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최강'으로 바둑계에 군림해오던 이창호9단도 자신의 패배가, 그것도 2연패라는 사실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던지 꽤나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9단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 결승전이 모두 끝난 다음에 보자"면서 입을 꾹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이창호가 누구인가. 불과 11세 어린 나이로 입단하여 5단이던 1991년 14세에 당시 세계정상급인 임해봉9단을 3대 2로 물리치고 동양증권배 세계타이틀을 쟁취한 이래 10여년간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아온 무적의 슈퍼스타가 아닌가. 지난번 결승 제1차전 1, 2국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두 판이었다. '돌부처'라는 별명 외에 '신산(神算)'이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는 이창호9단이 견적필살이 아니라 경적필패의어리석음을 자초했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이세돌이 지난해 최우수기사상을 받을만큼 성적이 뛰어나고 기세는 욱일승천하는 듯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창호에게 연거푸 2연승을 거두리라고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듯하다. 어쩌면 이는 두 사람 본인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월 26일 제1국에서 이3단이 대마불사의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9단의 백 대마를 잡고 뜻밖(?)의 승리를 거두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뭐,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는데, 그 이튿날 제2국에서도 똑같이 대마를 잡고 2연승을 거두자 사정은 급변했다. 그런 까닭에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천하의 이창호도 권좌에서 내려올 때가 됐다느니, 너무 심한 부담감을 못이긴 탓이라느니 하는 말들이 떠돌게된 것이었다. 특히 올들어 이창호9단의 성적이 8승 8패로 전에 없이 부진한 점이 이런 추측을 강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제1차전에서 2연승을 거둔 이세돌3단은 이렇게 말했다. "이기면 좋고 져도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대국에 임했습니다. 그저 1승만 거두면 만족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배와의 대국에 부담을 느꼈는지 이창호9단이 의외로 쉽게 무너지는 바람에 2연승을 거둬 기쁩니다. 하지만 이창호9단의 옛날 면모를 생각해볼 때 승부는 이제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창호의 기력에 이상이 왔는가, 아니면 심한 부담감 때문에 일어난 일시적인 부진인가. 이창호의 스승인 조훈현9단은 '일시적인 부진현상'이라고 진단하며 곧 제 페이스를 되찾아 남은 3국을 이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한 서봉수9단도 이창호의 부진에 대해 일시적인 피로감에 따른 권태기적 현상이라며, 흔들리는 마음만 바로잡으면 제 실력을 찾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어쨌든, 이세돌이 남은 3국중 1국을 더 이겨 생애최초로 세계무대 정상에 올라설지, 아니면 이창호가 남은 3국을 싹쓸이해 제1ㆍ3회에 이어 LG배를 다시 차지해 건재를 과시할지는 오는 5월의 제2차전을 기다릴 수밖엔 없겠다.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이 걸린 LG배 결승 제2차전은 5월 15ㆍ17ㆍ21일 서울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속개된다. 황원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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