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良醫가 아쉬운 사회

[기자의 눈] 良醫가 아쉬운 사회세조는 역대 임금 중에서 가장 많은 세월을 질병으로 고생했다. 일찍이 「의약론」과 「팔의론(八醫論·의원의 자질을 여덟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책)」을 지어 의도(醫道)를 제시한 것도 인고의 세월에 대한 반추였는지도 모른다. 세조는 의사의 자질을 심의(心醫) 식의(食醫) 약의(藥醫) 혼의(昏醫) 광의(狂醫 ) 망의(妄醫) 사의(詐醫) 살의(殺醫)로 나누었다. 심의란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기(氣)를 안정시켜 병을 낫게 하는 의사. 환자에 대해 진실로 가슴아프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덕목이다. 식의는 음식으로 병을 조절, 낫게 하며 약의는 약을 잘 써서 병을 낫게 하는 의원이다. 이에 비해 혼의는 환자가 급해지면 자신도 덩달아 당황해 본분을 망각하는 의원이다. 광의는 환자를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과다하게 약을 함부로 써서 부작용을 유발하는 의원이며 망의는 형편대로 아무 약이나 쓰는 의사이다. 사의는 병이 있지도 않은데 약을 쓰는 의원이며 살의는 혼의·망의·사의·광의 등의 못된 점만을 골고루 갖춰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의원을 말한다. 8월부터 의약분업이 전면 실시되면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일부 병·의원은 휴가라는 이유를 들어 폐업을 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더라도 약국에서 해당 의약품이 없어 환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약품명을 의료보험 청구코드로 대신하거나 영문으로 흘려 약사들이 이해할 수 없게 하는 의원도 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 의약품만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혈압 환자에게 3개월분의 약을 처방, 환자나 약국에 필요 이상 부담을 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의약분업이 국내의 현실과 거리감이 있고 약사법 역시 의료계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을 이익집단의 밥그릇 챙기기로 몰아붙일 일도 아니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꼭 풀어야 할 사안이라면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순리대로 해결해야지 환자들에게 화풀이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은 거드름을 피우는 명의(名醫)보다 작은 아픔도 함께 하는 양의(良醫)를 원하고 있다. 의권(醫權)은 투쟁의 전리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다. 박상영 기자(생활건강부)SANE@SED.CO.KR 입력시간 2000/08/03 20:1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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