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성공을 넘어 공헌으로

피터 드러커는 휴머니스트였다. 그는 ‘경영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드러커가 경영학을 연구하는 최종 목표는 ‘지상에서의 행복한 삶의 실현’이었다. 개인이 행복해지려면 무엇보다도 경제적 안정과 물질적 소비 수준의 향상이 필요한데 그리하려면 기업이 이윤을 올리고 번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드러커는 나치의 비인간적인 행동과 결과를 직접 겪었기 때문에 물질적 소비 수준 향상은 전체주의 정치경제체제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는 독일을 탈출했다. 따라서 드러커는 지식사회에서는 지식근로자가 중심 노동력이므로 정부의 간섭은 가능하면 줄이고 지식근로자의 창의성을 해방하라고 주장했다. 그런 한편으로 지식근로자들은 과거에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질문, 즉 ‘나는 무엇에 공헌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지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개인적인 “성공”을 넘어 보다 더 낫고 또 보다 더 매력적이고, 그리고 더 기능적인 사회가 되도록 ‘공헌’해야 한다(from success to contribution)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대한 좌파의 비판은 자본주의가 생산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그것은 도덕과 윤리와 관련된 문제이다. 지식사회의 근로자들 모두는 생산 수단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 지식을 기업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 곧 공헌 의지이다. 지난 1979년 시어도어 슐츠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아서 루이스는 한 국가가 보다 더 잘살려면 ‘경제하려는 의지(will to economize)’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러커는 21세기에도 기업이 경제적 결과를 산출하는 기관으로 살아남으려면 우선 21세기의 기업환경을 직시하고 경영 방식을 그것에 적응하도록 최근의 책 ‘마지막 통찰’에서 권유했다. 드러커가 말하는 ‘마지막 통찰’은 ‘성공하려는 의지(will to succeed)’에서 ‘공헌하려는 의지(will to contribute)’로 초점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결국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는 의지’이다. 따라서 21세기의 지식근로자는 루이스가 말하는 ‘경제하려는 의지’를 넘어 이제 ‘공헌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1990년대 정보통신기술의 확산과 지식의 역할 변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르게 표현해 공산혁명이나 전체주의 혁명과는 달리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정보가 범람하고, 회사와 고객은 지리적 제한을 넘어 접촉하고, 고객이 권력을 잡아 회사를 통제하고, 회사 안팎을 구분하던 벽들이 무너졌다. 그러므로 앞으로 기업의 성패는 ‘생산 수단이 된 지식들’을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는 능력, 지식을 다른 지식들과 통합하는 역량, 그리고 지식을 고객과 결합하는 능력의 보유 여부가 좌우하게 된다. 드러커는 21세기 기업환경을 레고 장난감으로 구성된 레고 월드(lego world)로 보았다. 21세기 지식기업의 행동들은 레고 조각들을 바탕으로 여러 장난감을 만드는 행동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은 자신이 가진 레고 조각들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드러커는 ‘더 이상 경쟁자들과 협력자들을 엄격하게 구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쟁사와 협력하기도 하고 협력사와 경쟁하기도 한다. 이제는 여러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는 더 나은 해결책들과 더 많은 선택 방법들이 있을 뿐이다. 예컨대 기능적 진화의 속도가 빠른 휴대폰시장의 경우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기능들을 결합해 고객의 욕망을 수용하거나 앞질러서 제시해야만 승자가 된다. 소니와 에릭슨이 결합한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드러커는 일찍부터 고객이 기업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고객에게 외면당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하므로 기업의 목적은 고객 창출이라고 갈파했다. 드러커는 컨설팅 의뢰인들에게 ‘당신의 사업은 무엇인가’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은 무엇을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가’부터 물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때가 진정 문제이지 질문을 알게 되면 대답을 구할 수 있다. 드러커의 질문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고객은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경쟁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과거형 기업’은 사라지고 서로 협력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이 가진 레고 중에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요컨대 혁신은 더 늦기 전에 역량이 떨어지는 자원을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그 다음 기업 혹은 개인은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조직과 사회에 공헌할 수가 있다. ‘좋은 것’은 ‘위대한 것’에 방해가 된다. 빗대어 말하면 개인적인 ‘성공’에만 집착하는 것은 ‘공헌’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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