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7일] 물가 안정 시급하다

물가동향이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 3월에 비해서는 0.6% 상승했다. 국제유가ㆍ금 등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급등하고 있고 이를 반영한 공산품 등 생산자물가의 상승으로 3년8개월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장마와 폭염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2004년 8월 4.8% 이후 최고치다. 대통령(MB)물가라고 해서 대통령이 특별 관리를 당부한 생필품 52개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6.7% 급등했다. 특히 밀가루 64.1%, 배추 41.7%, 경유 30.4% 오르는 등 4월부터 물가가 안정 기조를 회복할 것이라는 정부의 바람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급등에 대해 속수무책인 것은 최근의 물가상승이 대부분 외부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됐고 중국 및 중동 지역 건설붐의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ㆍ고철ㆍ비철금속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곡물작황이 부진한데다 바이오 연료용 수요가 늘어 농수산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최근의 물가상승과 관련해 기존 물가대책에 생활필수품 100여개에 대한 수입단가를 추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자에게 이들 품목의 수입단가를 공개하면 가격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기대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가 공개가 처음일 뿐만 아니라 품목별 단가 공개가 아닌 원산지ㆍ브랜드별 평균가격을 내놓기 때문이다. 개인서비스 요금과 관련된 기존의 물가대책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정부도 인정했듯이 학원비 등 개인서비스 요금을 정부가 강제로 낮추거나 규제할 방법이 없어 정부로서는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고 편법적인 요금 인상 등이 없도록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물가급등이 외부요인에 의한 것임을 인정한다 해도 정부의 물가대책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가 아직 6% 경제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한나라당 간 갈등에서 나타나듯 정부는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내부요인을 만들려 하고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 1ㆍ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7% 성장했다. 지난 2004년 4ㆍ4분기 0.7% 이후 최저치이며 지난해 4ㆍ4분기 1.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연율로 따지면 3%에도 못 미치는 성장 실적이다. 더욱이 국내총소득(GDI)은 전 분기에 비해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한파다.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현 경기상황에 대해 1ㆍ4분기에 정점을 통과해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부여건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성장률 제고를 위해 고환율을 유지하며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정까지 투입하고 가능하다면 금리까지 내리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상당한 과욕이다.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이해한다 할지라고 재정을 투입하고 금리를 내린다면 비용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급등은 명확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보다 원칙에 입각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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