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위원들의 의견을 조율해온 결과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합의제기구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진강(67) 방송통신심의위원회(KCSC) 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민형사 사건에 연루돼 역경에 처한 사람들을 변호했던 경험이 KCSC 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변호사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수이다. KCSC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면서 양보할 사안은 과감히 양보해 전체 의견을 조율하는 데 변호사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CSC가 합의제기구가 되면서 명실상부한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며 "심의 업무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심의의 전문성을 강화한 것도 KCSC가 지난 1년간 거둬들인 업무 성과"라고 말했다.
KCSC는 개정된 방송법을 근거로 신설된 과징금제도의 활용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심의규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제도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업자에는 주의ㆍ경고ㆍ의견제시ㆍ시청자사과 등 비경제적인 제재를 해왔으나 앞으로는 5,000만원 미만, 1억원 미만 등 경제적인 제재가 가해지게 된다.
이 위원장은 "지상파TVㆍ케이블TVㆍ인터넷TVㆍ모바일ㆍ인터넷 등 업계의 상황에 따라 과징금제도의 활용 방안을 모색해 방송 내용의 품격 향상과 방송심의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며 "과징금제도가 미디어의 다양성을 해치는 지나친 규제라는 논란도 있지만 업계별로 자율심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TV가 구시대 미디어로 여겨질 만큼 미디어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며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음란성과 폭력성의 수위가 심각한 수준의 콘텐츠들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건강한 방송통신, 바른 커뮤니케이션 리더'를 위원회의 비전으로 선언하고 ▦방송통신 융합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 ▦심의체계 개선을 통한 신뢰성 및 전문성 제고 ▦방송통신 콘텐츠의 품격과 건전성 제고 ▦시청자 및 이용자 권익 강화를 위한 참여와 소통 확대 등을 4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변화하는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심의체계와 심의기준을 재정립하고 또 창의적인 서비스 개발 촉진 등을 통해 근본적인 규제철학을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