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관리·감독 구멍… 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꼴?

●단위 농협 비리 왜 끊이지 않나<br>조합과 거의 '한 몸'인 농협중앙회가 감독 맡아 비리 키우는 구조적 한계<br>농협 신경분리 앞두고 "정부서 길들이기" 시각도


단위 농협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최근 전국의 지역 단위 농협 50여곳의 광범위한 대출비리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에는 경찰이 여주 대신농협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를 나섰고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과천농협의 대출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단위 농협의 비리가 잇달아 불거지자 관리ㆍ감독 책임이 있는 농협중앙회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부적으로는 단위농협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는 3월 농협의 신경분리를 앞두고 정부가 농협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농협에만 엄격한 잣대(?)=지난해 문제가 됐던 과천농협의 경우 지난 2009년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하 결정에 따라 대출금리를 내려야 했지만 임의로 가산금리를 2.5%에서 4%대로 올려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최근 중수부가 수사에 나선 50여개 단위 농협들도 가산금리를 고객 동의 없이 임의로 올려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출 비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달리 당국이 유독 단위농협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은행권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가 2008년 10월 말 5.98%에서 2009년 4월 말 2.41%로 3.57%포인트 급락했을 당시에도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하락폭은 최저 금리 기준으로 2.35~2.87%포인트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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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농협 관계자는 "은행권 역시 임의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하락을 막는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농협만 문제가 되고 있다"며 "3월 농협의 신경분리를 앞두고 정부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분식회계는 중앙회 지침?=여주 대신농협의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싸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여주 대신농협은 광주지역 14개 농협이 공동 출자해 2008년 출범한 통합RPC(미곡처리장) 중 하나. 대신농협은 2010년 발생한 손실액 11억3,431만원 가운데 4억3,431만원만 손실보전하고 나머지 7억원을 이듬해인 2011년으로 이월시켜 분식회계 의혹을 사고 있다.

문제는 통합RPC가 2008년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하자 지난해 초 농협중앙회에서 적자를 2개년에 걸쳐 상계하라는 문서 지침이 내려왔다는 주장이 일부 단위 농협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자금은 130억7,500만원의 통합RPC는 2010년에 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출범 이후 3년간 누적 적자만도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위 농협의 한 관계자는 "통합RPC가 누적적자로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앙회가 회계 지도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비리 키우는 구조적 한계=최근 단위 농협 비리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제기되고 있지만 농협이 구조적으로 비리에 취약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농협중앙회는 단위 농협의 관리ㆍ감독 기능을 농식품부로부터 위임 받았다. 때문에 지배구조의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단위 조합이 농협중앙회의 출자자인 동시에 각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현행 구조상 엄격한 관리ㆍ감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회의 역할은 단위농협에서 불거지는 각종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기보다는 사후에 처리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 대의원제도를 둬 대의원 가운데 이사나 감사를 뽑아 각 단위농협의 사무를 견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감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이들을 견제하는 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대법관을 뽑듯이 농민단체가 추천한자나 협동조합 분야의 전문가들을 감사 위원에 포함시키고 제도를 손질해 관리ㆍ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단위 농협 비리를 근절하지 못할 경우 농협 전체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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