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이 3월초 현재 거의 마무리 됐다”는 1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 생산의 전 단계에 돌입했음을 뜻한다.
북한은 북ㆍ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 아래 폐연료봉 8,000여 개를 봉인해 수조에 보관해왔다. 하지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중유공급을 중단하자 동결 핵시설의 해제와 함께 봉인을 제거했다. 북한은 그간 이 같은 조치가 중유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전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적 조치이며 핵 동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것임을 거듭 강조해 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이날 언급은 하지만 최근의 주변 정세에 따라 핵개발 방침이 변경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의 심각성은 이를 통해 핵무기 제조의 핵심 물질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대로라면 북한은 이미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발언은 북한이 이 같은 사실을 3월초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통보했다는 점. 통보 시점이 정확하지 않고 실제 통보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미국이 실제로 지난달초부터 북 핵 재처리와 관련한 입장에 변화가 감지돼 왔기 때문이다.
3월 초 직전까지도 미국 정부와 군부에서는 대북 군사적 응징론이 자주 나왔다. 그러나 3월 4일부터 미국 정부와 언론에서는 `북 핵 개발 용인`을 시사하는 언급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 19일 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나서면서 북 핵 문제는 미국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전개과정을 볼 때 미국측이 북한의 핵 재처리 문제에 대한 입장이 선회한 시점은 3월 4~5일께로 이 무렵에 북한은 미국에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보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북경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협상용 발언으로 수위를 낮춰 해석하기도 해 최종 판단여부는 사실확인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일단 정부는 북한이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북한이 재처리 작업을 마무리 단계에서 벌이고 있는지는 좀 더 사실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