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 직원의 욕설 파문이 불매 운동으로 비화되는 등 남양유업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시장 정체를 빚고 있는 유업계는 덩달아 된서리를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회원들은 맛있는우유GT, 프렌치카페 등 남양유업 제품들을 바닥에 쏟아놓고 대리점에 대한 물량 떠넘기기와 폭언 파문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곽규택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남양유업 본사와 지점 등 총 3곳을 압수수색해 전산자료와 e메일,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대리점주 등으로 구성된'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전산 데이터를 조작해 제품을 강매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홍원식 회장과 김웅 대표 등 남양유업 고위 임원과 관계자 10여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명절마다 '떡값' 명목으로 대리점마다 현금을 뜯어가고 각종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남양유업 불매 운동이 확산되며 남양유업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남양유업 불매운동에 동참해 주세요'라는 청원글이 게시됐고 6일 낮 12시까지 1,900여명이 서명했다. 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남양유업 직원의 욕설 동영상과 함께 불매운동에 참여한 일부 점포들의 사진이 전파되는 등 멜라민 함유 의심 분유를 베트남에 수출했다 도덕성을 규탄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졌던 지난 2009년 사태가 재연되는 모습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도 휘청이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6일 아침부터 급락세를 띤 남양유업의 주가는 당분간 악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매도 공세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영업직원이 이 같은 불법 강매를 하게된 배경으로 유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 실적은 신통치 않았던 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흰우유 생산량은 지난 2001년 146만톤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130만톤대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우유류가 거의 절반 수준인 6,600억원(2012년 기준)을 차지하는 남양유업으로서는 우유 시장 정체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 전체 매출의 27.7%를 차지하는 분유 시장 역시 저출산 및 모유 수유 증가 등으로 인해 정체돼 있다. 남양유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6.4%에서 지난해 4.6%로 떨어졌다.
남양유업을 비롯한 유업계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의 '밀어내기' 관행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데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영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다른 식품업계의 경우 대부분 100여개 수준인 대리점수가 유업계는 1,500여개나 돼 대리점 매출 구조도 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매출을 늘리려면 결국 영업에 압박을 가하게 되고 그 부담이 대리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보니 남양유업과 일부 대리점주는 갈등을 거듭해왔고 주기적으로 경쟁사인 매일유업과도 출혈성 비방전을 일삼아왔다.
한편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마당에 자칫 남양유업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같은 업계에 닥친 악재라 안타깝고 이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 바랄 뿐"이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